“성스러움은 속된 것 가운데 드러나며, 그 순간 사물이나 장소는 전혀 다른 차원을 획득한다.”(종교학자 미르치아 엘리아데)
서울 삼청동 오매갤러리에서 정미연(아기 예수의 데레사) 작가 초대전 ‘성과 속, 그 빛나는 환희’가 열리고 있다.
오랜 시간 성미술 작가로 활동해 온 작가는 이번 전시를 통해 ‘성스러움(聖)과 속됨(俗)’, ‘전통과 현대’, ‘영원과 순간’, ‘기쁨과 슬픔’ 등이 교차하는 순간에 드러나는 환희의 빛을 전한다. 이는 열두 번의 항암 치료를 견디고 새로운 삶을 맞이한 작가의 깊은 성찰에서 출발했다.
특히 <성과 속>은 석가모니의 10대 제자상과 인간 본연의 모습을 담은 여성 누드 크로키를 함께 배치한 작품이다. 각 상에 예수 그리스도의 제자 바오로와 베드로 등의 이름을 새겨 넣음으로써 불교의 상징을 가톨릭의 세계로 옮겨놓는다.
동시에 푸른색의 사도와 금색 누드 크로키의 대비를 통해 신성과 인간성의 관계를 은유적으로 드러내면서 종교의 경계를 허문다. 이는 전시 주제를 관통하며, 단순히 성과 속을 대비시키는 것에서 나아가 두 가지 속성을 확장시킨다.
작가는 이 외에도 <빛나는 환희>, <우리들의 이야기>, <정>, <진혼곡>, <환희>, <희망> 등 종교적 체험과 예술을 하나로 결합한 다양한 작품들을 선보인다.
작가는 “비통하고 절망적이었던 시선을 죽음 너머에 있는 연옥의 영혼들에게 돌렸을 때 찾아온 평화는 작고 단순한 일상에서도 우주를 만나는 기쁨을 누리게 했다”면서 “실타래처럼 얽혀 있는 수많은 경계선 위에서 어린아이가 되어 둥근 완성을 위한 노래를 부르고 싶다”고 전했다. 전시는 10월 2일까지.