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너무 무서워요. 제발 와 주세요. 저를 구하러 오실 거죠?” 이스라엘군의 팔레스타인 가자지구 공습으로 희생된 6세 소녀의 목소리가 세상에 공개됐다. 튀니지 감독 카우더 벤 하니아가 연출한 다큐멘터리 영화 <힌드 라잡의 목소리>에서다.
영화는 2024년 1월 29일 팔레스타인 가자지구에서 숨진 6세 소녀 힌드 라잡의 실화를 재구성한 작품으로, 라잡과 구조대의 실제 통화 목소리가 담겨 있다.
라잡은 이스라엘군의 공습을 피해 가족과 함께 피란길에 오르지만 차량은 포격 속에 갇힌다. 가족을 잃고 홀로 살아남은 라잡은 팔레스타인 적신월사(이슬람권 적십자사)에 구조를 요청하지만 3시간가량 이어진 라잡과 구조대원의 통화는 총격 소리와 함께 끊기고 만다. 그로부터 12일 후 라잡과 그를 구하려던 구조대원 2명 모두 사망한 채로 발견된다.
이 영화는 지난 9월 6일(현지 시각) 폐막한 제82회 베니스영화제에서 ‘23분간 기립 박수’라는 역대 영화제 최장 기록을 세우고, 심사위원대상을 수상하며 화제를 모았다. 벤 하니아 감독은 “라잡의 목소리는 단순히 한 소녀의 목소리가 아닌, 가자 전체가 내는 절규였다”며 “분노와 무력감이 이 영화를 탄생시켰다”고 말했다.
팔레스타인 가자지구 보건부에 따르면, 2023년 10월 7일 팔레스타인 무장단체 하마스와 이스라엘군의 전쟁이 발발한 이후 가자지구 사망자는 6만 명을 넘어섰다. 이중 어린이가 최소 1만8000명이다.
전쟁과 피란, 난민의 참상을 드러내는 이 영화는 특정 지역에 국한된 분쟁을 넘어 ‘존엄한 생명’을 지키는 것이 국제사회와 신앙 공동체 모두에게 부여된 과제임을 전한다.
레오 14세 교황은 ‘제111차 세계 이주민과 난민의 날’ 담화를 통해 “오늘날 지구촌은 전쟁과 폭력, 불의 등으로 얼룩져, 수백만 명의 사람들이 피난처를 찾아 고향을 떠나도록 내몰리고 있다”고 강조했다.
또한 교회는 인간 생명은 누구도 파괴할 수 없는 권리이며, 난민을 향한 환대에 대해 이야기한다. 「가톨릭 교회 교리서」는 “인간 생명은 신성하며, 그 이유는 하느님만이 그 시작부터 끝까지 생명의 주인이기 때문”(2258항)이라고 밝히고 있으며, “부유한 나라들은, 자기 조국에서 얻을 수 없는 안전을 구하러 온 이들을 맞아들일 의무가 있다”(2241항)고 명시하고 있다.
라잡이 세상에 남긴 목소리는 오늘도 강제로 떠밀려 고향을 떠나는 수많은 난민의 현실을 보여 준다. 이 기록은 교회가 그들의 목소리에 귀 기울이고, 연대와 환대로 응답할 것을 촉구한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