전 세계가 지켜보는 가운데 탄생한 첫 미국인 교황, 레오 14세. 그의 인간적인 면모와 신앙적 비전을 탐구하려는 움직임이 이어지고 있다.
최근 출간된 두 권의 책, 「레오 14세 교황의 생각」과 「하베무스 파팜」은 새 교황의 삶과 리더십을 서로 다른 시선에서 조명하며, 교회가 맞이할 새 시대의 방향을 가늠하게 한다. 두 책은 각기 다른 접근으로 ‘온유하지만 단호한’ 리더 레오 14세의 모습을 그려낸다.
하나는 그의 인간적 뿌리와 선교적 열정을, 다른 하나는 교황직이 맞닥뜨린 시대적 사명을 비춘다. 독일 시사 주간지 『슈피겔』 베스트셀러로 주목받은 「레오 14세 교황의 생각」은 바티칸 전문기자 슈테판 폰 켐피스가 기록한 ‘인간 레오 14세’의 여정을 따라간다. 페루의 오지를 누비던 젊은 선교사 시절부터 성 아우구스띠노 수도회 총장 그리고 교황 선출에 이르기까지의 발자취를 기자 특유의 간결하고 생동감 있는 문체로 담아냈다.
책은 그를 단순히 ‘미국 출신 교황’으로 규정하지 않는다. 오히려 라틴아메리카와 깊이 연결된 ‘범(汎)아메리카인’으로서의 정체성을 강조한다. 페루에서 함께한 신자들의 증언을 통해 레오 14세 교황의 사목이 뿌리내린 인간적 신뢰와 공동체적 유대를 생생히 전한다.
저자는 또한 이번 콘클라베가 보여준 정치적 역학을 흥미롭게 해석한다. 프란치스코 교황의 뒤를 잇는 이번 선택은 “소외된 이들과 함께하라”는 교회의 시대적 요청에 대한 응답이었다는 것이다. 성평등, 성직자 문제, 재정 투명성 등 교황청이 당면한 과제를 새 교황이 어떻게 풀어갈지, 그 실마리를 섬세하게 그려 보인다.
프랑스 언론인 크리스토프 에닝이 쓴 「하베무스 파팜」은 2025년 5월, 새 교황의 탄생을 알리던 역사적 순간을 생생히 되살린다. 로마 성 베드로 광장에 울려 퍼진 외침 “Habemus Papam(우리에겐 교황이 있다)”은 교회의 새출발을 상징하는 장엄한 환희의 선언이었다.
책은 레오 14세 교황의 어린 시절과 사목 여정, 교황 선출 과정을 3부로 나누어 다루며, 그가 직면한 교회 안팎의 도전을 깊이 있게 분석한다. 기후 위기, 이민자와 성소수자, 종교 간 대화, 교회 내 성폭력 문제 등 현대 교회의 복잡한 과제를 직시하고 성찰한다.
또한 교황명이 ‘레오’인 이유도 세밀하게 조명한다. 저자는 신임 교황이 사회교리의 기틀을 세운 레오 13세 교황의 정신을 이어 디지털 혁명과 사회적 불평등, 생명윤리 등 오늘날 인류가 직면한 새로운 도전에 적극적이고 실천적으로 응답하려는 의지를 뚜렷하게 보여 주고 있다고 해석한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