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025년 10월 15일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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전 LG 인화원 사장 이병남 박사, “노년은 멈춤 아닌 시작입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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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선생님, 아무것도 하고 싶은 게 없어요. 내가 이런 적이 없었는데…”


21년간 대기업 임원으로 인사관리의 최전선에서 치열하게 일하던 전 LG 인화원 사장 이병남 박사(미카엘·71)가 은퇴 후 공허 속에서 심리상담사에게 처음 꺼낸 말이었다. 누구보다 은퇴 이후를 잘 준비했다고 생각했지만, 막상 마주한 현실은 달랐다. 하루아침에 명함과 직책을 내려놓자 ‘사회 이방인’이 된 듯한 불안과 무력감이 밀려왔다.


등산도, 여행도, 사람 만나는 일도 버거워질 무렵 그는 근력운동을 시작했다. 그리고 어느 날, 트레이너의 “오늘도 성장하셨습니다”라는 격려가 마음을 일으켰다. 그 한마디는 ‘글쓰기’를 시작한 계기가 됐다.


「오늘도 성장하고 있습니다」는 이 박사가 은퇴 후 10년 동안 겪은 시행착오와 깨달음을 담은 책이다. 앞서 인사관리와 조직의 리더십을 다뤘던 그가 이번에는 ‘자연인 이병남’으로 돌아와, 은퇴 이후의 삶을 솔직히 풀어냈다.


커피 한 잔을 앞에 두고 후배가 마주한 것처럼, 따뜻하고 담백한 문체로 조언을 이어가는 그는 은퇴를 ‘끝’이 아닌 ‘다시 성장의 시간’으로 바라보며, 역할에서 존재로 옮겨가는 법, 삶의 속도 조절, 노년의 영성과 관계 회복을 구체적으로 제시한다.


“자신을 드러낸다는 일이 쉽지는 않았습니다. 하지만 글을 쓰면서 나를 있는 그대로 대면하게 되었지요. 어려웠던 점과 힘들었던 과정을 모두 털어놓았는데, 독자들이 오히려 그런 솔직함에 공감해 주는 것 같습니다. 그 점이 저에게는 큰 보람입니다.”


책은 은퇴 이후 삶의 중심을 ‘역할(Doing)’에서 ‘존재(Being)’로 옮길 것을 제안하며 노년의 성장 공식을 세 가지로 정리한다. 바로 ▲삶의 중심을 역할에서 존재로 옮기기 ▲삶의 속도를 치·치·집(치열, 치밀, 집요)에서 느·조·심(느리게, 조용하게, 심심하게)으로 바꾸기 ▲젊은 세대를 축복하며 부드럽게 살아가기다. 



이 박사는 자신의 경험을 통해 이 세 가지를 단순한 태도의 변화가 아니라, 은퇴 이후 ‘자기 재구성’의 구체적 전략이라고 강조했다. 954만 명, 대한민국 인구의 5분의 1을 차지하는 ‘2차 베이비붐 세대’가 은퇴를 맞는 지금, 책이 던지는 메시지는 한층 더 현실적으로 다가온다.


“노년을 느리고 조용하고 심심하게 지낸다는 것은 단순한 휴식이 아니라, 부드러워지기 위한 훈련”이라는 이 박사. “자연(自然)의 본성은 부드러움"이라고 말한 그는 "직선의 인위적 엄격함에서 벗어나 곡선의 유연함으로 진화하는 것, 그것이 노년이 도달해야 할 성숙의 형태”라고 덧붙였다. 


노년 세대가 후배에게 줄 수 있는 최고의 선물로는 ‘경청’을 꼽았다. “가르치려 들지 말고, 그냥 들어주세요. 이야기를 들어준다는 건 결국 상대를 이해하려는 노력입니다.”


초고령화가 사회 전반을 압박하는 현실에서, 교회 공동체 역할의 중요성도 역설했다. “유연하게 변화에 대응하면서 시니어 신자들의 존재를 이해하고, 그들의 이야기를 들어주는 자세가 필요합니다.”


독일 화가 케테 콜비츠의 동생 리제의 말을 인용해 “노년은 젊음의 나머지가 아니라, 그 자체로 완전한 새로움”이라고 정의한 그는 “은퇴 후 두렵고 불안했던 시절, 이 문장이 큰 위로가 됐다”고 했다.


“신체는 내리막일 수 있지만, 의식과 영성은 다시 오를 수 있습니다. 노년의 성장은 생물학적 쇠퇴가 아니라 정신적 상승의 시기입니다.”


이주연 기자 miki@catimes.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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가톨릭신문 2025-10-15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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