지난 7월 31일, 레오 14세 교황은 성 존 헨리 뉴먼 추기경을 교회 학자로 선포했습니다. 뉴먼 추기경의 삶은 수많은 고난을 견디며 두려움 없이 진리를 추구했던 위대한 인간의 모습을 보여 줍니다.
그는 존경받는 성공회 사제이자 신학자, 인기 작가로 살 수 있었습니다. 하지만 옥스퍼드 운동을 이끌며 사도 전승과 보편교회를 연구하며 가톨릭 신앙에 확신을 얻자 1845년 가톨릭에 입교했고, 1847년에 사제서품을 받은 뒤 오라토리오회에 입회했습니다.
영국의 가톨릭 신자는 16세기부터 오랫동안 차별과 처벌을 받았습니다. 1829년 선포된 가톨릭 해방령으로 비로소 선거권을 비롯한 국민의 권리를 누릴 수 있게 되었지만, 뿌리 깊은 반(反) 가톨릭 정서는 여전했고 1850년 가톨릭 교구가 재설정되면서 더욱 심해졌습니다.
뉴먼 성인은 숱한 비난을 받으면서도 강연과 저술을 통해 교회에 대한 편견과 오해를 바로잡으려고 노력했고, 학교들을 설립해 교육에 힘썼습니다. 그런가 하면 교회가 현대 사회에서 신앙과 이성의 조화를 제시할 수 있도록 힘썼습니다. 그리고 성인은 바이올린을 멋지게 연주하는 음악 애호가이기도 했습니다.
오늘 소개할 음악 작품은 에드워드 엘가(Edward Elgar, 1857~1934)가 존 헨리 뉴먼 추기경의 시에 음악을 붙인 오라토리오 <제론티우스의 꿈(The Dream of Gerontius)>입니다. 엘가 역시 가톨릭 신자로, 자신이 평생 ‘아웃사이더’라고 느꼈고 음악가 경력을 쌓는 데도 이런저런 어려움을 겪었습니다.
엘가는 젊은 시절부터 뉴먼 추기경을 대단히 존경했는데, 1900년 한 음악 축제에서 작품을 의뢰하자 평소 좋아하던 추기경의 시 <제론티우스의 꿈>을 제의했습니다. 이제 막 명성을 얻기 시작한 작곡가에게는 대담하고 위험한 선택이었지만, 그는 가사를 좀 고치자는 제의도 단호하게 거부했습니다.
그렇게 탄생한 작품이 오라토리오 <제론티우스의 꿈>입니다. 세상을 떠나는 사람이 연옥을 거쳐 천국에 도달하는 여정을 그린 작품입니다. 19세기 판 <신곡>이라고 할 만하지요.
엘가의 음악에는 텍스트에서 받은 감동과 열정이 있으며, 오페라풍의 극적인 설득력과 웅장한 합창, 후기 낭만주의 음악 특유의 풍성한 오케스트라가 빛을 발합니다. 엘가는 작품을 ‘주님의 더욱 큰 영광’에 바쳤고, 자필 총보를 뉴먼 추기경이 활동했던 버밍엄 오라토리오회에 선사했습니다.
글 _ 이준형 프란치스코(음악평론가)