19세기 회화 작품 속 빛과 신앙을 만날 수 있는 전시가 마련됐다. ‘이탈리아 국립 카포디몬테 19세기 컬렉션: 나폴리를 거닐다’ 전시가 11월 30일까지 서울 삼성동 마이아트뮤지엄에서 열린다.
1957년 정식 개관한 카포디몬테 미술관은 이탈리아 남부 최대 규모 국립 미술관으로, 서양 미술사를 대표하는 라파엘로와 미켈란젤로, 카라바조 등 르네상스 시대 작가부터 앤디 워홀, 조셉 코수스 등 현대 작가에 이르기까지 폭넓은 예술품을 소장하고 있다.
이번 전시는 카포디몬테 미술관 소장 작품을 국내에 처음 소개하는 자리로, ‘그녀들을 마주하다’, ‘각자의 방, 각자의 세계’, ‘토마의 시선’, ‘빛이 있었고, 삶이 있었던 곳’ 등 총 4개 테마로 구성됐다. 각 테마에서는 여러 미술 사조와 역사적 변화가 교차하던 시기 이탈리아 남부의 사회와 시대를 조명한 유화, 파스텔, 수채화, 소묘화 등 총 70여 점의 작품이 공개된다.
특히 가톨릭 신앙과 문화의 자취를 담은 작품들이 전시장 곳곳에 배치돼 눈길을 끈다. 첫 번째 테마에서는 주세페 나바라(Giuseppe Navarra)의 <마리아 크리스티나 디 사보이아의 초상화>와 살바토레 포스틸리오네(Salvatore Postiglione)의 <기도하는 수녀의 모습>이 관객을 맞는다.
신고전주의와 낭만주의가 혼합된 그림 속 인물, 마리아 크리스티나는 사보이 왕가 출신 왕비로 23세에 세상을 떠나기 전까지 가난하고 병든 이들을 위해 자선활동을 지속한 인물이다. 이에 1872년 하느님의 종과 1937년 가경자로 선포됐으며, 프란치스코 교황에 의해 2014년 시복됐다.
<기도하는 수녀의 모습>은 신앙의 내적 세계를 주제로 한 작품으로, 기도하는 수녀의 모습을 통해 침묵 속에 깃든 신앙의 순간을 사실적이고 섬세하게 표현했다. 또한 구석에 그려진 꽃은 액자로까지 이어지며, 액자에는 라틴십자가 문양이 새겨져 있어 신앙과 예술의 만남을 나타낸다.
이어 다음 테마에서는 주세페 데 니티스(Giuseppe De Nittis)의 <주교의 오찬>을 관람할 수 있다. 이탈리아 인상주의 화가인 니티스가 17세에 완성한 초기작으로, 레오나르도 다빈치의 <최후의 만찬>을 연상시킨다. 사실적인 공간 구성이 돋보이는 동시에 장소에 품격을 더하는 흰 식탁보와 금빛 장식 등은 장난기 어린 표정의 중심 인물인 주교와 대비를 이룬다.
19세기 나폴리 화단을 대표하는 조아키노 토마(Gioacchino Toma)의 작품들은 세 번째 테마를 채운다. 그중 <성 베드로의 헌금>은 교황청에 보내기 위해 거둔 ‘베드로 헌금’을 놓고 고민하는 젊은 사제의 모습을 담고 있다. 시민들을 위한 혁명 운동에 헌금을 쓸지 고민하는 사제의 모습은 신앙과 사회적 책임 사이에서 고민하는 인간의 내면을 드러낸다.
전시 기간 중 평일에는 하루 세 차례 정규 도슨트 프로그램이 무료로 운영된다. 운영 시간은 10시부터 19시 40분까지.