11월 9일은 산 조반니 인 라테라노(San Giovanni in Laterano) 대성전 봉헌 축일입니다. 콘스탄티누스 대제가 기증해서 성 실베스테르 1세가 324년에 봉헌한 이 대성당은 박해가 끝나고 세워진 교회의 첫 성당으로서, 로마에 있는 4대 대성당 중 하나입니다.
사람들이 흔히 생각하는 것처럼 성 베드로 대성당이 아니라, 라테라노 대성당이 로마 주교(교황)의 주교좌성당입니다. 그런 의미에서 대성당 입구 위에 새겨진 대로 ‘로마와 전 세계의 모든 성당의 어머니요 으뜸’이라는 영예로운 칭호를 지닌 성당이지요.
유서 깊고 명예로운 성당인 만큼 음악 분야에서도 많은 역사와 전통을 품고 있습니다. 디 라소, 팔레스트리나, 소리아노, 드라고니, 프레스코발디 등 오랜 세월에 걸쳐 많은 음악가가 이곳에서 활동했고, 지금도 대성당의 아카이브에는 수많은 필사본 악보가 있습니다.
그런가 하면 1600년 희년을 준비하며 1597~1598년에 설치된 루카 비아지의 아름다운 오르간도 지금까지 보존되어 있습니다. 아름다운 오르간 케이스는 자코모 델라 포르타의 디자인으로, 현존하는 오르간 중 로마에서 가장 오래된 악기죠. 1707년 1월 14일, 스물두 살의 청년 헨델은 이 오르간을 연주하면서 로마 사람들 앞에 처음으로 모습을 드러냈습니다.
오늘은 라테라노 대성당에서 활동한 수많은 음악가 중 프란체스코 포지아(Francesco Foggia, 1603~1688)의 ‘마니피카트’를 소개합니다. 지금 우리에게는 낯선 이름이지만, 당대에는 뛰어난 교회음악 작곡가로 국제적인 명성을 떨쳤던 대가였습니다.
어렸을 때부터 로마에서 음악을 공부한 그는 독일 뮌헨과 오스트리아 빈에서 활동한 이후 로마로 돌아와 1636년부터 1661년까지 라테라노 대성당의 음악감독으로, 1677년부터 1688년까지는 산타 마리아 마조레 대성당에서 봉직했습니다. 같은 세대의 자코모 카리시미와 더불어 로마를 대표할 만한 작곡가로, 흔히 보수적이라고 알려진 로마악파의 진보적인 측면을 드러낸다는 느낌입니다.
그가 1667년에 출판한 교회음악 작품집인 <저녁기도를 위한 시편 찬가(Psalmodia Vespertina)>에는 다양한 작품이 담겼는데, 5성부 합창과 바소 콘티누오를 위한 마니피카트는 매우 인상적입니다.
그레고리오 성가 선율을 정선율(cantus firmus)로 썼다는 점에서는 르네상스 시대의 옛 음악 전통을 따랐지만, 가사에 담긴 정념을 표출하는 모노디 풍의 극적인 표현과 대담한 화성, 바로크 양식의 콘티누오 파트는 새로운 시대의 음악을 보여줍니다.
‘권세 있는(Potentes)’ 같은 단어를 화려한 음으로 강조하는 부분에서는 언뜻 당대의 오페라를 연상하게 되는데, 성과 속을 이분화하지 않았던 바로크 예술의 이념에 부합합니다. 당시 라테라노 대성당의 저녁기도에 모인 신자들도 이를 자연스럽게 받아들였을 듯합니다.
글 _ 이준형 프란치스코(음악평론가)