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025년 10월 30일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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카파도키아에서 열기구만 타지 말고 동굴 성당도 가보자

레오 14세 교황 첫 해외 사목 방문지, 튀르키예에서 만나는 ‘믿음의 흔적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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동굴수도원과 동굴 성당이 운집한 괴레메 야외 박물관.


레오 14세 교황이 이달 말 튀르키예를 방문할 예정이다. 교황 즉위 후 첫 해외 사목방문으로, 니케아 공의회 1700주년을 맞아 지금의 이즈니크 순례가 포함돼 있다.

동방 교회의 중심지였던 튀르키예는 세계인이 찾는 관광지다. 유럽과 아시아를 잇는 지리적인 특성으로 동·서양은 물론 고대 그리스·로마부터 중세 1000년의 그리스도교와 이후 이슬람이 공존하는 독특한 문화를 자랑한다. 지중해·흑해·에게해 연안의 휴양도시를 비롯해 새하얀 계단식 석회 온천과 과거 화산 폭발로 조성된 신비로운 지형 등 자연이 빚어낸 색다른 풍광 역시 손꼽히는 관광 자원이다.

특히 중동부에 위치한 카파도키아(Cappadocia)의 경우 자연과 인간이 함께 만든 독특한 기암괴석 위로 하늘을 나는 열기구 체험 및 협곡을 따라 하이킹·지프·낙타 투어 등을 할 수 있어 최근 튀르키예 필수 관광코스로 자리 잡았다. 그런데 신앙인이라면 이곳에서 놓치지 말아야 명소가 또 있다. 바로 수많은 암석 속에 위치한 믿기 어려운 ‘믿음의 흔적들’이다.

 
괴레메 야외 박물관 내 성 바바라 예배당 내부.
 
빛이 차단돼 프레스크화가 잘 보존된 '어둠의 교회'.

2~4세기 초 박해 피해 신앙인들이 살았던 동굴 성당과 동굴 수도원

카파도키아는 로마 제국과 비잔티움 제국 때 만든 동굴 성당과 동굴 수도원이 많은 곳이다. 카파도키아는 옛 지명으로 지금의 괴레메·네브셰히르 등이 해당된다. 콘스탄티누스 대제가 313년 밀라노 칙령을 통해 그리스도교를 받아들이기 전인 2세기부터 4세기 초까지 신앙인들이 박해를 피해 카파도키아, 특히 괴레메 근처에 몰려와 살았다. 이 지역은 화산 폭발로 생긴 응회암 퇴적물이 많다. 비교적 무른 응회암은 간단한 도구로도 쉽게 깎아낼 수 있어 동굴을 만들고 주거 및 성찬례 공간으로 사용하며 신앙공동체를 이뤘던 것이다.

특히 바실리오(330~379) 성인이 고향인 카파도키아 카이사레아(현 카이세리)의 주교로 사목하면서 그를 따르는 은둔형 수도자들이 생활하게 됐고, 이곳의 동굴 수도원은 13세기까지 확산됐다. 200개 이상의 개별 암석을 깎은 성당이 있는 것으로 집계되고 있으며, 거의 모든 바위 블록에 성당과 기도처, 주방 및 좌석 공간이 조성되어 있다. 대표적으로 남녀 수도원과 식당, 다수의 교회를 묶어 ‘괴레메 야외 박물관’으로 공개하고 있다.


 
카파도키아 지하도시에 조성된 신학교.
미로처럼 좁고 낮은 통로로 연결된 지하 도시 데린쿠유.
 
괴레메 동굴 교회 및 수도원 식당, 누적된 그을음과 좌석 공간을 확인할 수 있다.


비잔티움 제국 때 2만명 거주했던 지하 도시

동굴 수도원 및 성당은 성화상 논쟁 이후 비잔틴 미술의 단면을 확인할 수 있는 장소이기도 하다. 비잔티움 레오 3세 황제가 우상 숭배로 규정해 8세기 초부터 100여 년간 대대적인 성화상 파괴가 이뤄질 때 카파도키아 지역은 수도인 콘스탄티노폴리스(현 이스탄불)와 상대적으로 거리가 멀어 성화상 공경자들의 은신처가 됐다. 좁은 동굴 성당에 빼곡히 그려진 프레스코화도 상당수는 국교가 달라지며 눈이 파이고 얼굴이 사라지는 등 훼손됐지만, 천 년이 넘는 세월을 잘 버텨냈다. 특히 창문이 너무 작아 ‘어둠의 교회’로 불리는 카란륵 성당의 성화들은 제대로 빛이 들지 않은 덕분에 온전한 모습을 지키고 있다. 성화가 있는 공간은 대부분 사진 촬영을 할 수 없다. 성경에 있는 예수님의 생애와 가르침, 기적과 수난, 성모자상 등을 담았다.

지상의 동굴에 머물던 신앙인들은 박해자들을 피해 카이마클리나 데린쿠유 같은 지하 도시도 확장했다. 지하 구조물은 이미 기원전에 조성됐고, 아나톨리아반도를 두고 여러 민족 및 제국이 힘겨루기를 했던 만큼 다양한 민족이 거주했던 것으로 알려지나, 비잔티움 제국 때 최고조에 달해 거의 2만명의 그리스도교인이 피난처로 이용했다고 한다.

데린쿠유는 그 가운데 규모가 가장 큰 지하 도시로, 200개 이상의 작고 분리된 지하 도시가 이 터널로 연결돼 있다. 환기구 역할을 하는 직경 1m 규모의 구멍이 도시를 수직으로 관통하고 있으며, 축사를 시작으로 방·식품 저장고·와이너리·아치형 천장으로 식별할 수 있는 성당과 신학교, 심지어 시신을 처리하는 공간과 감옥까지 마련되어 있다. 미로처럼 사방으로 뻗은 통로는 폭이 매우 좁고 천장이 낮은 곳이 많다. 외부 침입에 대비한 것으로, 일부 구간을 봉쇄할 수 있는 거대한 바위가 곳곳에 배치된 모습도 확인할 수 있다. 최대 깊이는 85m에 달하지만, 안전상의 문제로 방문객에게는 일부만 공개한다.

이들 지역을 아우르는 괴레메 국립공원과 카파도키아 암석 유적지는 1985년 유네스코 세계문화유산으로도 등재됐다. 대부분 20유로 안팎의 입장료가 있고, 택시 외에는 현지 대중교통을 이용하기 힘들지만, 하늘에 떠 있는 근사한 열기구만큼 카파도키아에서만 접할 수 있는 지상과 지하 세계, 이색적인 믿음의 유산이다.

윤하정 기자 monica@cpbc.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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가톨릭평화신문 2025-10-29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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