국내 첫 의수 화가이자 ‘수묵 크로키’로 주목받아 온 석창우(베드로) 화백이 47번째 개인전을 통해 전통과 현대, 신앙과 예술이 교차하는 작품 세계를 선보인다. 석 화백은 11월 5일부터 11일까지 서울 인사동 아리수갤러리에서 ‘침묵을 일깨우는 정중동의 크로키 미학’을 연다.
이번 전시에서는 ‘사람’을 주제로 한 신작들이 공개된다. 2019년 최민호 신부(마르코·의정부교구)와 40일간 떠난 유럽 순례 당시의 감상을 담은 작품들로, 이전과 달리 화려한 색채를 통해 표현된 다양한 꽃과 제각기 다른 표정의 사람들은 생동감을 불러일으킨다.
또한 코로나19 팬데믹 당시 ‘치유의 회화’를 주제로 작업한 주요 작품들도 전시되며, “주님, 저를 시험하시고 살펴보시며 제 속과 마음을 달구어 보소서”(시편 26,2) 등 그의 신앙이 녹아 있는 작품도 만나 볼 수 있다. 그는 50여 점의 작품을 통해 그간의 예술 여정을 입체적으로 드러낸다.
석 화백은 “그림은 곧 기도이고, 침묵은 곧 찬양의 시간”이라며 “붓은 세상과 하느님을 잇는 영적 언어와 같다”고 전했다. 이어 “이번 전시는 신체적 한계를 넘어 신앙과 생명의 자유로 향하는 여정”이라고 설명했다.
1984년 감전 사고로 양팔을 잃은 석 화백은 이후 의수로 붓을 쥐고 독자적인 예술 세계를 구축해 왔다. 의수와 한 몸이 되기까지 10여 년의 시간을 반복하는 동안, 그의 필치는 단순한 ‘선’을 넘어 삶의 호흡과 신앙이 담긴 하나의 언어가 됐다.
석 화백은 GKL사회공헌재단 이사와 한국장애문화예술원 이사를 역임했으며, 2024년 4월 (사)한국장애예술인협회 회장으로 선출돼 장애 예술인의 권익과 창작 활동을 위해 힘쓰고 있다.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