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025년 11월 6일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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미디어 아티스트 Paul씨 “빛의 가장 본질적인 결을 찾다”

개인전 ‘빛결’ 30일까지 금호 알베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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미디어 아티스트 Paul씨(조홍래).

세례명으로 작품 활동… 디자인 업계선 조홍래 대표로 통해

“성장 원동력은 결핍… 언젠가 성당에 ‘빛의 세례’ 설치하고파”




미디어 아티스트 Paul씨(조홍래, 바오로)의 개인전 ‘빛결 : The Texture of Light’가 서울 성동구 금호 알베르에서 열리고 있다.

‘빛’을 핵심 조형언어로 사용해 온 작가는 이번에도 전시장 3개 층을 각각 △빛의 기억 △빛의 회상 △빛의 리듬이라는 주제로 엮어 빛이 지닌 특별한 ‘결’을 드러냈다.

“평소 영상 작업이나 현란한 미디어 작업도 많이 하는데, 이번 전시에서는 힘을 다 빼고 ‘가장 본질적인 게 뭘까’ 고민했어요. 디지털 미디어는 결국 빛을 다루는 일이더라고요.”

전시장에서 직접 만난 ‘Paul씨’는 디자인 업계에서는 조홍래 대표로 불리며 굵직한 성과를 이어온 사업가다. 디지털 디자인 회사를 거쳐 7~8년 전부터는 미디어 아트 회사를 운영하고 있다. 자동차 문화 체험 테마파크인 현대 모터 스튜디오 고양, 스타필드 하남·고양 및 코엑스 컨벤션에 들어간 미디어 플랫폼, 강남역 미디어폴 등의 작업을 주도했다.

“대학에서 산업디자인을 전공했고 공학대학원에서 테크 쪽은 맛만 봤어요. 그다음부터는 계속 섞는 작업을 했고요. 예전에는 기업형 커머셜 미디어를 오래 해서 저희 쪽에서는 좀 알려졌는데, 예술 분야에서는 갈 길이 먼, 노력해야 하는 사람이죠.(웃음)”

디자인 분야는 상업과 예술의 경계가 모호하기도 하다. 고객이 원해서 제작했느냐, 내가 만들었는데 고객이 원하느냐의 차이랄까.

“간단히 생각하면 그렇죠. 디자인은 고객이 있으니까 마케팅 목표가 있어요. 예술적으로 표현하지만 사실 고객의 목적에 부합해야 하거든요. 반면 예술은 누가 시키지 않았는데도 나만의 언어로 표현하는 거죠. 출발이 완전히 달라요. 저는 디지털 공예라고 표현하는데, 공예는 창작자의 해석과 태도에 대한 얘기거든요. 서사가 있어야 해요.”
 
박성호+폴씨 작 ‘CANVAS_CONFESSION CAVE’
CENTERED CANVAS.
 
LOVE BIT.


그렇다면 그의 태도와 서사는 무엇일까. △빛의 기억 섹션에서 만날 수 있는 ‘빛의 캔버스’ 연작은 빛의 최소 단위인 픽셀이 대상의 주변을 천천히 감돌면서 빛과 그림자의 연속적인 연출을 통해 명상적인 미감을 선사한다. 자연스레 종교적 느낌이 나지만, 특별히 의도하지는 않았다고 한다. 하지만 세례명을 작가명으로 삼을 정도면 삶에 어떤 식으로든 자리한 신앙을 짐작할 수 있을 것이다.

“가족들의 신앙에 비하면 너무 보잘것없죠. 작업 자체는 저에 대한 사유에서 시작한 건데, 저도 모르게 종교적인 색을 띠나 봐요. 빛 자체를 오래 탐구하다 보니까 명상적이고 신앙적인 느낌을 받는 것 같고요. 물론 힘들 때는 자연스레 하느님을 찾게 되는데, 이번 작업도 너무 힘들어서 수행이라는 생각이 들었어요. 개인적으로는 그분이 주신 탈렌트를 뿜어내지 않는 것도 잘못됐다고 생각해요. 절실함의 문제거든요. 저 역시 성장의 원동력이 결핍이었고, 그걸 극복하려는 태도는 있었어요.”

그렇다면 그 결핍도 신이 주신 것이 아닐까. “그렇죠. 원망스러울 때도 있었는데, 이겨냈더니 즐기고 있었고, 어느 순간 사명감이 생겼고, 진짜 즐기는 단계까지 왔어요. 제 작업을 하는 것에 대한 행복감이 커요.”

과거 목욕탕으로 사용하던 건물 골조와 투박함이 그대로 유지된 공간에서의 전시는 빛과 어둠, 디지털과 아날로그의 대비가 더욱 선명하다. △빛의 회상에서는 메소포타미아 시대부터 지금껏 동서양이 활용하고 있는 ‘물레’에 대한 오마주를 디지털로 표현했고, △빛의 리듬에서는 디지털 이미지의 최소 단위인 픽셀과 데이터 신호의 최소 단위인 비트 개념을 전기장치 없이 태양광으로만 작동하도록 구현했다.

문득 ‘빛’을 담을 수 있는 공간으로 성당만 한 곳이 있을까 생각해본다.

“너무 하고 싶죠. ‘빛의 세례’라는 작품이 있는데, 언젠가 성당에 꼭 설치하고 싶어요. 그리고 김인중 신부님의 스테인드글라스 작품을 보고 깜짝 놀랐거든요. 신부님이 그림을 그리시면 제가 미디어로 빛을 더할 수 있을 것 같아 꼭 함께 작업해보고 싶어요. 솔직히 아티스트들은 언제든 달릴 준비가 돼 있거든요. 가톨릭교회 안에서 기획에 참여할 수 있는 기회가 있다면 그것도 좋고요.”

어쩌면 가장 아날로그적인 가톨릭과 디지털을 대표하는 미디어아트가 함께하는 모습을 상상해본다. 이번 전시는 30일까지 이어진다.

윤하정 기자 monica@cpbc.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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가톨릭평화신문 2025-11-05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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