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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인간 김수환’의 인생 궤적 「추기경 김수환」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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한국 최초의 추기경 김수환. ‘시대의 등불’, ‘혜화동 할아버지’로 불렸던 그가 생전 남긴 유일한 회고록 「추기경 김수환」이 개정판으로 나왔다.


일제 강점기를 보낸 소년이 어떻게 신학교에 들어갔고, 학도병으로 끌려갔다가 사제가 되었으며, 독일 유학과 가톨릭신문사 사장 시절 등을 거쳐, 마침내 한국 최초의 추기경이 되었는지, 인간 김수환의 인생 궤적이 110여 장의 사진과 함께 펼쳐진다. 서울대교구장으로 30년간 목격한 한국교회와 사회의 역사적 순간들도 생생하다.


흥미로운 건 우리가 잘 몰랐던 민낯들이다. 신학교를 도망칠 궁리를 하던 소년, 어머니 생각에 잠 못 이루던 청년, 형이 죽자 형의 방에 누워 슬픔을 달래던 중년. 강철 같은 신념의 사제 뒤편에 있던 한없이 약한 인간의 모습이 솔직하게 기록돼 있다.


일제 강점기 어린 시절 시험지에 “나는 황국 신민이 아니다”라고 쓴 소년의 양심과 용기는, 6·10 항쟁 때로 이어진다. ““경찰이 성당에 들어오면 제일 먼저 나를 만나게 될 것입니다. … 학생들을 체포하려거든 나를 밟고, 그다음 신부와 수녀들을 밟고 지나가십시오.’ 내 입장은 확고했다”(328쪽)는 말에서 변치 않은 신념을 볼 수 있다.


허심탄회한 고백들도 눈에 띈다. “가난한 자 중의 가난한 자가 되고 싶다”는 피정 일기, ‘베드로 사도처럼 깊은 눈물을 흘리고 싶었지만 그러지 못했다’며 세미나에서 은사를 얻지 못해 낙담한 신부들에게 “추기경도 눈물의 은사를 못 받고 돌아갔다”고 건넨 유머 섞인 위로까지.


“신부 되는 것, 스스로 원한 것은 아니었지만 될 수밖에 없도록 인도하셨고, 주교와 추기경의 삶은 명령으로 떨어졌고, 여기에 따르는 긴 세월의 삶은 단순하지 않았다. 몇 번이고 도망치고 싶을 때가 있었다. 십자가를 벗어 던지고 싶었다.”(412쪽)


개정판은 양장본으로 선보이며, 추기경이 유년 시절 살던 집을 떠올리며 직접 그린 〈옛집〉을 표지에 실었다. 제목은 가톨릭출판사가 그의 육필을 본떠 만든 ‘김수환추기경체’로 찍었다. 책 자체가 하나의 기념물이 된 셈이다.


김수환 추기경은 현재 ‘하느님의 종’이라는 호칭을 얻고 시복시성의 첫 단계에 있다. 책을 감수한 조한건 신부(프란치스코·한국교회사연구소장)는 “다시 한번 김 추기경님을 돌아보며, 그분이 증거자로서 시복을 추진하기에 충분할 정도로 우리의 삶과 신앙에 모범이 되셨음을 알게 됐다”며 일독을 권했다.


이주연 기자 miki@catimes.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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가톨릭신문 2025-11-19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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