1900년 초 원산에서 시작해 한반도를 관통한 70여 년의 격동기, 그 속에서 소명을 다했던 수도자들의 이야기를 생생하게 담아낸 소설이다.
작가는 방대한 자료 조사를 통해 성 베네딕도회 왜관 수도원과 가르멜 수도회의 역사를 추적했으며, 이를 통해 원산 지역을 중심으로 마치 현장을 취재한 것처럼 북녘땅의 한 단면을 생동감 있게 그려낸다. 거대한 시대적 사건을 나열하기보다는 역사의 소용돌이 속에서 각자의 소명의 약속을 지켜낸 개인과 단체의 헌신에 주목한다.
일제 탄압과 좌우 이데올로기 대립 속에서도 선교사와 수도자들이 인류애를 위해 자신을 내어놓는 장면들은, 신앙인뿐만 아니라 모든 독자에게 깊은 울림을 준다.
작가는 1929년 원산총파업 사건과 가톨릭신문에 게재된 1920년대 원산대목구 관련 기사에서 작품의 실마리를 찾았다. 당시 ‘소리 없는 역동의 도시’였던 원산에 주목하며, 그 역사의 필름을 소설에 담아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