한국 사회가 초고령사회로 진입하면서 ‘나이 듦’에 대한 사회적 시선이 변화하고 있다. 65세 이상 인구가 전체의 20를 넘어선 지금, 나이를 이유로 차별하는 ‘에이지즘’(Ageism)에 대한 우려와 함께 고령화 담론이 뜨겁다. 이런 시대적 배경 속에서 저자는 나이 듦을 두려움이 아닌 축복으로 받아들이는 새로운 관점을 선물한다.
예수회 사제이자 아일랜드 더블린 밀타운 신학교 영성학 명예교수인 그는 노년을 ‘쇠퇴의 시기’가 아닌 ‘하느님 안에서 더욱 완전하게 성장하는 새로운 장’으로 재정의한다. 단순한 자기 계발의 차원을 넘어, 영적 성장의 관점에서 노년을 바라본다.
나이가 들면서 더욱 깊이 알아가야 할 가장 중요한 영역은 바로 ‘하느님’이라고 강조한 저자는, 그래서 이 책을 단순히 읽고 넘기는 것이 아니라 ‘기도하며 읽기’를 권한다. ‘나이 듦의 영성’, ‘죽음의 영성’, ‘영광의 영성’ 등 세 부분으로 나눠 사목 경험과 시, 기도문, 성경 구절들을 연결한 그는 이를 통해 독자가 하느님 나라로 향하는 여정을 어떻게 준비하고 받아들일지 차분히 묵상하도록 이끈다.
특히 각 장 끝에 마련된 ‘기도 안에 머무르며’ 코너는 이 책의 실질적인 묵상 지점이다. 앞서 다룬 주제들을 되짚어보고, 독자가 자신을 깊이 바라볼 수 있도록 돕는다. 기도가 낯설거나 어렵게 느껴지는 이들을 위해 구체적 이미지와 안내 문장을 제시해, 하느님과 친밀하게 대화하는 방법을 자연스럽게 익히게 한다.
“노화가 그저 당신에게 일어나도록 내버려두지 마라. 늙어가는 것을 받아들이되 절대 수동적으로 받아들이지 마라. 나이 듦을 창조하고, 만들고, 그것에 당신의 인장을 찍어라.”(43~44쪽)
그로건 신부는 “노년의 삶은 수동적으로 받아들이는 것이 아니라, 주체적으로 창조해 나가는 것”이라고 강조한다. 또 “‘견디는 시간’이 아니라, 지금까지의 경험과 지혜가 가장 깊은 열매를 맺을 수 있는 시기”라고, “육체는 약해질 수 있으나, 삶의 의미는 더욱 온전해질 수 있다”고 격려한다.
아울러 “노년을 스스로 가꾸라”고 격려한다. 품위 있는 황혼을 위해 자신을 돌보는 태도가 중요하다는 것이다. 이는 단순한 긍정의 언어를 넘어, 영적 성숙을 향한 적극적 선택을 촉구하는 메시지다.
하느님의 음성으로 건네는 위로도 담겨 있다.
“너는 늙어가지만, 여전히 나의 사랑이다. 나는 너를 머리부터 발끝까지 사랑한다. 너의 주름진 손, 앙상한 다리, 하얗게 센 머리카락, 깜박깜박 잊어버리거나 기도에 집중하지 못하는 것조차 사랑한다. 무엇보다도 나는 너의 마음을 사랑한다. 산만함 속에서도 나를 향해 있는 너의 마음을!”(60쪽)
이 구절은 책이 전하고자 하는 핵심을 고스란히 담는다. 나이 듦은 축소의 시간이 아니라, 새로운 장이 열리는 여정이며, 그 길에 하느님께서 늘 함께하신다는 믿음이다.
추천의 글에서 예수회 손우배(요셉) 신부는 “노년을 앞둔 이들에게 삶의 나침반이 되어줄 책”이라고 평가했다. 「나이 듦의 영성」의 저자 서명옥 작가 역시 “하느님의 사랑 안에서 점점 그분을 닮아가게 하고, 그렇게 되기를 자연스럽게 소망하게 만드는 하늘스러운 책”이라고 소개한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