전례력으로 한 해가 시작되는 대림 시기와 연말의 분위기가 교차하는 이때 특히 자주 연주되는 작품들이 있다. 게오르크 프리드리히 헨델의 오라토리오(Oratorio) <메시아>와 루트비히 판 베토벤의 9번 교향곡 <합창>이다. ‘음악의 어머니’와 ‘악성’이라 불리는 두 작곡가가 남긴 명작들은 서로 다른 성격을 가졌지만, ‘기다림’과 ‘희망’을 전하며 대림과 연말을 채운다. 두 곡에 담긴 의미와 주요 공연들을 소개한다.
오라토리오는 성경을 비롯한 종교적 내용을 합창과 독창, 기악 등으로 표현하는 종교음악이다. 헨델이 1741년 완성한 오라토리오 <메시아>는 ‘예언과 탄생’, ‘수난과 속죄’, ‘부활과 영생’ 총 3부, 53개 곡으로 구성돼 예수 그리스도의 생애를 통한 구원의 역사를 담은 작품이다.
특히 제1부는 메시아의 도래를 예언하고, 그리스도의 탄생을 그려 대림의 의미를 관통한다. 이사야서(40,1-4)의 예언이 담긴 <위로하라, 나의 백성을(Comfort ye my people)>, <모든 골짜기 높아지리라(Ev’ry valley shall be exalted)> 등의 테너 독창을 비롯해 <한 아기가 우리들을 위해 태어났도다(For unto us a child is born)>(이사 9,5)와 같은 합창이 연이어 나오며 기쁨과 희망을 노래한다.
제2부는 그리스도의 수난과 죽음, 부활과 승천을 다룬다. 특히 작품의 하이라이트 <할렐루야(Hallelujah)>는 힘찬 합창과 팀파니, 금관악기 연주가 어우러지며 그리스도의 부활과 통치를 선포한다. 제3부에서는 <죽임 당하신 어린양(Worthy is the Lamb that was slain)>과 <아멘(Amen)> 합창으로 그리스도의 부활과 영원한 생명을 노래하며 대단원의 막을 내린다.
베토벤의 9번 교향곡 <합창>은 1824년 작곡된 그의 마지막 교향곡으로 구상부터 완성까지 약 30년이 걸린 대작이다. 교향곡 최초로 합창을 도입하는 등 서양음악사에서 손꼽히는 걸작으로 평가받는다.
작품 초연 당시 이미 청력을 완전히 잃은 베토벤이 무대 아래 청중의 환성과 박수를 느끼지 못해, 악장이 그를 관객에게 뒤돌아 세웠다는 일화가 전해진다. 이 일화는 <합창>이 지닌 희망과 환희, 인류애의 메시지를 그대로 보여 준다.
<합창>은 1~3악장의 오케스트라 연주를 거쳐 4악장 ‘합창’으로 이어진다. 시인 프리드리히 쉴러의 「환희의 송가」를 발췌한 합창은 ‘기쁨이여, 신들의 아름다운 불꽃이여’로 시작해 ‘모든 사람은 형제가 된다’는 메시지를 전하며, 인류 보편의 우애와 평화, 종교를 넘어선 연대를 제시한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