애니메이션 ‘킹 오브 킹스’ 스틸컷(위 사진)과 뮤지컬 ‘어쩌면 해피엔딩’ 공연 사진. 모팩스튜디오·NHN 링크 제공
2025년 가톨릭 문화출판계는 ‘희년 - 희망의 순례자들’이라는 대주제와 함께했다. 연초에는 희년의 뿌리와 의미를 소개하는 책들이 잇달아 출간됐고, 희년 전대사를 받을 수 있는 로마의 4대 대성전을 소개하는 책과 영화가 공개됐다. 관련 전시회와 음악회도 곳곳에서 개최됐다. 프란치스코 교황은 지상 순례를 마쳤지만, 레오 14세 교황이 선출되고 2027 서울 세계청년대회(World Youth Day)을 위한 다채로운 문화행사가 이어지며 꺼지지 않는 희망의 순례를 알렸다.
프란치스코·레오 14세 교황 책 잇단 출간… 영화 ‘콘클라베’ 화제
12년간 사도좌를 지켰던 프란치스코 교황이 지난 4월 하느님 품으로 돌아가고, 5월 레오 14세 교황이 목자로서의 여정을 시작하면서 서점가에서는 두 교황의 생애와 신앙을 다룬 책이 잇따라 소개됐다.
먼저 프란치스코 교황이 6년간 직접 집필한 최초의 자서전 「희망」이 3월 전 세계 100여 개 나라에서 동시 출간됐다. 교황이 삶에서 가장 귀하게 여긴 가치인 ‘희망’을 자신의 어린 시절부터 생애 주기에 따라 다채로운 에피소드, 사진과 함께 소개한 책이다. 비슷한 시기 공개된 「나의 인생」은 바티칸 전문기자가 교황과 나눈 대화를 통해 20세기와 21세기에 일어난 주요 사건을 돌아본다. 두 책 모두 이주민의 가정에서 태어나 최초의 라틴 아메리카 출신 교황이 되기까지의 진솔한 삶의 이야기와 생각, 소탈한 모습으로 사회적 약자와 소외된 이들을 돌보는 데 힘쓴 일관된 철학이 담겨 있어 선종 직후 판매량이 급증하기도 했다.
하반기부터는 「교황 레오 14세」, 「파파 레오 14세」, 「하베무스 파팜」, 「레오 14세 교황의 생각」 등 새 교황의 삶의 궤적과 신앙을 다룬 책이 줄이어 출간됐다. 선출 직후에는 교회 역사상 최초의 미국인이면서 성 아우구스띠노 수도회 및 선교사 출신 교황이 선출된 의미와 신앙의 발자취를 엮은 내용이 주를 이뤘다면, 레오 14세 교황의 행보가 본격화되면서는 미국 시카고와 페루를 넘나드는 광범위한 사목 경험이 전 세계 14억 신자들을 어떻게 하나로 결속해 시노드적 교회를 추구할지 앞으로의 과제를 짚은 내용이 이어져 눈에 띄었다.
한편 교황을 선출하는 특별한 투·개표 방식을 배경으로 전개돼 화제였던 영화 ‘콘클라베’는 프란치스코 교황 선종 직후 국내에서 역주행을 기록하기도 했다.
4~21세기 성인·한국 가톨릭 대표 사제들의 책 연이어 출간
올해도 다양한 성인의 삶과 신앙이 한 권의 책에 담겨 독자들을 만났다. 가장 눈에 띄는 책은 아우구스티노(354~430) 성인의 여러 번역서다. 성인의 삶과 사상을 총체적으로 조명한 「아우구스티누스의 외침」을 비롯해 「혼돈 속의 질서: 아우구스티누스의 재발견」, 자전적 고백 문학의 효시이자 그리스도교 신학 연구에 지대한 영향을 미친 「고백록」, 「과르디니와 함께 고백록 읽기」등이 공개됐다. 상당수는 로마 교부학 대학 아우구스티니아눔 교부학 박사학위를 받은 변종찬(1967~2004) 신부의 유작 원고들을 기본으로 한다. 반면 최초의 밀레니얼 세대 성인인 카를로 아쿠티스(1991~2006)의 짧은 생애와 깊은 신앙을 담은 책들도 만날 수 있었다. ‘하느님의 인플루언서’라는 애칭답게 디지털 시대의 신앙 모델을 담고 있다.
그런가 하면 우직하면서도 따뜻한 발걸음을 남긴 우리나라 사제들의 회고록도 쏟아졌다. 한국 가톨릭교회의 상징이면서 격동의 한국 사회에서 진정한 어른의 모습을 보여준 김수환(1922~2009) 추기경이 남긴 유일한 회고록의 재개정판이 나왔고, 가톨릭대 교회음악대학원의 전신인 가톨릭음악원을 설립하고 여러 성가집을 한데 묶은 「가톨릭성가」를 편찬하는 등 한국 교회음악의 기틀을 잡은 차인현(1938~2025) 신부의 회고록도 출간됐다.
제2차 바티칸 공의회 1~4회기에 참가하고, 유신 정권과 신군부에 맞서 민주화 운동의 중심에 서는 등 국내외는 물론 교회 안팎으로 격동의 한 세기를 몸소 겪은 윤공희(1924~) 대주교의 삶과 신앙을 다룬 「대주교 윤공희」도 만날 수 있었다.
한국 가톨릭 미술계 거장 작품 잇따라 전시
한국 미술계는 물론 성미술계에 한 획을 그은 거장들의 전시회도 잇달았다. 좀처럼 감상하기 힘든 작품을 한자리에 모은 데다 곳곳의 전시장에서 열려 더욱 뜻깊었다.
먼저 60년을 한결같이 인체 조각에 매달린 조각가 임송자(리타, 84) 선생의 작품 세계는 김종영미술관에서, 정대식(마티아, 86) 화백의 60여 년 작가 인생에 깃든 신앙 여정은 갤러리 1898에서 확인할 수 있었다. 김남조(마리아 막달레나, 1927~2023) 시인의 시와 김세중(프란치스코, 1928~1986) 조각가의 작품, 인천가톨릭대 조형예술대학 명예교수 조광호 신부의 스테인드글라스가 어우러진 색다른 전시는 김세중 미술관을 가득 메웠다.
‘빛의 화가’ 김인중(도미니코 수도회) 신부의 다채로운 작품을 만날 수 있는 전시는 서울대교구 서소문성지 역사박물관과 절두산순교성지 한국천주교순교자박물관에서 최근까지 이어졌다. ‘빛의 기도’를 주제로 신앙과 예술이 일치된 삶을 살았던 송경(클라라, 1936~2022) 화백의 회고전은 스페이스 성북에서, 성스러우면서도 친숙한 조각과 그림으로 평생을 봉헌해 온 최봉자(영원한 도움의 성모 수도회) 수녀의 첫 개인전은 흰물결갤러리에서 열리고 있다.
‘어쩌면 해피엔딩’ ‘킹 오브 킹스’ 등 한국 창작물 선전
무대와 스크린에서 한국 창작물의 선전도 눈에 띄는 한 해였다. 뮤지컬 ‘어쩌면 해피엔딩(Maybe Happy Ending)’이 제78회 토니 어워즈에서 작품상·극본상·음악상 등 6관왕을 기록했다. 국내에서 초연된 작품과 한국인 창작자가 미국 공연계 아카데미상으로 불리는 토니상을 받은 것은 이번이 처음이다. 가까운 미래, 인간을 돕기 위해 만들어졌다 신형에 밀린 구형 ‘헬퍼봇’들의 살아가는 모습을 통해 역으로 인간 사회를 돌아보게 하는 내용이다. 현재 국내에서 10주년 기념 공연을 선보이고 있다.
애니메이션 ‘킹 오브 킹스(The King of Kings)’는 북미 박스오피스 2위에 오르는 등 ‘기생충’을 넘어 한국영화 중 현지에서 가장 흥행한 작품으로 기록됐다. 찰스 디킨스의 「예수의 생애」를 모티브로 제작된 이 작품은 디킨스가 아서왕을 동경하는 막내아들에게 진정한 왕 ‘예수 그리스도’에 대해 이야기하는 내용이다. 그리스도의 탄생부터 부활까지 성경의 주요 장면을 훑으며, 모든 시간과 인물을 통해 ‘사랑’이라는 큰 주제를 드러낸다. 국내외 더빙에 쟁쟁한 스타 배우들이 참여해 더욱 화제였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