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025년 12월 18일
생명/생활/문화
전체기사 지난 연재 기사
조광호 신부, 사제이자 화가로서 사유한 글·그림 엮어…신간 두 권 출간

폰트 작게 폰트 크게 인쇄 공유


강화도 인근 작은 섬 동검도 언덕에는 국내에서 가장 작은 성당으로 알려진 7평 남짓한 ‘동검도 채플’이 있다. 이곳에서 사제이자 화가, 시인인 조광호(시몬) 신부는 해 뜨고 지는 하늘과 밀물 썰물이 드나드는 갯벌을 보며 빛과 색채, 언어로 보이지 않는 말씀을 받아 적어 왔다. 그는 이것을 ‘푸른 말씀(Blue Logos)’으로 부른다.


이번에 출간된 산문집 「동검도 채플 블루 로고스」와 그림 시집 「흐름 위에서」는 조 신부의 내면을 관통해 흐르는, 이런 ‘푸른 영성’의 두 얼굴을 펼쳐 보인다. 한 권은 사유의 언어로, 한 권은 시와 그림의 리듬으로, 푸른 말씀의 근원을 향해 나아가는 쌍둥이 책이다.


「동검도 채플 블루 로고스」는 동검도 채플에서 길어 올린 상념과 기도, 일상의 이야기들을 모았다. 빛과 색의 움직임을 예민하게 포착해 문장으로 옮긴 조 신부는 속도와 경쟁의 시대 한 가운데에서, ‘우리는 지금 어디로, 누구를 향해 가고 있는가’를 묻는다.


특히 인간에 집중한다. 인공지능과 유전자 조작, 기후 위기와 우주 탐사로 과학의 진보가 인간의 자리를 다시 묻는 현실에서, “인간이 자기 중심성에서 내려와야만 새로운 길이 열린다”고 말한다. “기술이 문제가 아니라, 기술을 어떻게 쓰는가를 결정하는 인간의 욕망과 선택이 문제”라고 강조하며, 기계는 계산하고 인간은 사랑하는 존재여야 한다는 메시지로 기술 시대의 윤리를 담는다.


이 시대의 ‘종교’에 대해서는, 미래학자의 말을 빌려 “새로운 밀레니엄에서 종교는 산소와 같다”며 “숨 가쁘게 달리는 인류가 다시 숨을 고르고 인간답게 살 수 있도록 돕는 역할이 종교의 몫”이라고 말한다. ‘회복’, ‘아름다움’, ‘일상’의 주제도 다룬다.


무엇보다 개인적인 고백과 보편적인 통찰이 자연스럽게 겹친다. 사랑하는 이를 떠나보낸 사람의 마음, 허무와 체념 끝에서 다시 작은 기쁨을 발견하는 순간 등을 신학 용어가 아닌 부활과 고통, 상처와 치유 같은 언어로 풀어낸다.



조 신부의 첫 시집 「흐름 위에서」는 서정시와 서사시, 기도문과 묵상 그리고 푸른 선으로 구성된 드로잉이 어우러진 한 사제의 영성 기록이다. ‘시(詩)·서(書)·화(畵)’의 삼위일체를 이룬 조광호 신부의 기도와 명상이라 할 수 있다.


1부 ‘새벽 시편’은 어머니와 유년의 기억, 출가의 결단 같은 장면들을 짧고도 서늘한 시어와 드로잉 작품으로 펼치고, 2부 ‘명상 시편’은 신앙과 수행, 사랑과 애도의 지점 등을 깊이 있게 파고든다. 


한 장 한 장을 넘길 때마다 동검도 채플 창문으로 들어오는 새벽과 저녁, 바람과 빛이 마음에 스며드는 느낌을 준다. 한 편의 시를 읽는 것이라기보다 한 사람의 기도를 옆에서 조용히 듣는 경험이다. ‘첫눈이 오면/ 눈사람 하나를 만들어/당신께 바치겠습니다/만발한 우리들의 죄가/흰 꽃잎으로 떨어져 쌓이는/엄동의 빈터에’(189쪽, <선물> 중)


제목의 흐름은 단순한 자연 변화가 아니다. 동검도 바다와 하늘, 별과 갯벌의 끊임없는 움직임을 관조하면서 발견한 말씀의 섭리이자, 무상(無常)의 연속 속에서도 변치 않는 거대한 침묵의 흐름을 뜻한다. 그 흐름 위에서 저자는 인간의 사랑과 이별, 회한과 그리움, 죄의식과 희망을 교차시킨다.


이주연 기자 miki@catimes.kr



[기사원문보기]
가톨릭신문 2025-12-17

관련뉴스

말씀사탕2025. 12. 18

시편 30장 6절
주님의 호의는 한평생 가니, 저녁에 울음이 깃들지라도 아침에는 환호하게 되리라.
  • QUICK MENU

  • 성경
  • 기도문
  • 소리주보

  • 카톨릭성가
  • 카톨릭대사전
  • 성무일도

  • 성경쓰기
  • 7성사
  • 가톨릭성인


GoodNews Copyright ⓒ 1998
천주교 서울대교구 · 가톨릭굿뉴스. All rights reserved.