교회력으로 새해의 첫날을 알리는 대림 시기와 주님 성탄 대축일이 지나면, 세상의 첫날인 새해를 맞이하게 된다. 2026년 새해 첫날은 새로운 일을 시작하며 새롭게 지내게 되었다. 가톨릭평화신문에 내가 실천하고 있는 지구 밥상 이야기를 연재하고 지구 여행자의 레시피를 하나씩 소개하는 일이다. 지구 밥상은 기후위기의 주범인 온실가스 배출을 줄이기 위해 채식만으로 구성된 밥상이다.
대림은 복된 희망을 품고 주님의 오심을 기다리는 기간이다. 기다림의 마지막 주간은 영광의 색인 흰색으로 마무리된다. 새해 첫날은 하얀 떡국을 먹으며 시작한다. 신앙을 가지며 내게 흰색은 마지막과 시작을 동시에 상징하는 색이 되었다.
어린 시절 떡국을 먹어야 한 살 나이를 더 먹는다는 말을 믿고 ‘10그릇 먹으면 10살 더 나이 들어 금세 어른이 될 수 있을까?’라는 상상을 해보기도 했지만, 떡국을 세 그릇 이상은 먹을 수가 없던 슬픈 기억이 있다. 어린 시절 새해에 먹는 떡국에 엄마는 정성을 들이셨다. 없는 살림에도 이런 날에는 식구들을 위해 잡뼈라도 고아 뽀얀 국물을 내고 흰 가래떡을 썰어 떡국을 끓여주셨다. 뽀얗고 하얀 국물을 한 입 뜨면 따뜻하고 행복했던 어린 시절로 나를 데려가던 하얀 떡국.
어른이 되어 만난 기후위기는 내게 좀더 생태적으로 어떻게 살 것인가를 계속 질문하게 했다. 그래서 나의 일상에 큰 변화를 가져왔다. ‘비거니즘(Veganism)’의 실천이다. 비거니즘은 단순한 채식을 넘어 동물 착취를 반대하는 철학이자 삶의 방식으로, 육류·생선은 물론 달걀과 유제품·꿀 같은 동물성 부산물까지 거부하며 가죽·모피·동물 실험 제품 등 동물성 제품 사용도 피하는 개념이다.
이에 따라 나도 채식은 물론, 동물성 식품을 모두 먹지 않고 동물 실험을 하거나 동물의 피부로 만든 옷·신발·장식품을 쓰지 않는 생활 양식으로 전환했다. 그러고 나니 ‘어린 시절 엄마가 끓여준 뽀얗고 하얀 떡국을 먹을 수 없는 건가’라는 생각이 들 때 잣을 이용해 뽀얀 국물을 낸 떡국을 알게 되었다.
아기 예수님 탄생의 기쁨을 준비하는 대림 시기와 주님 성탄을 지나 새해를 시작하는 첫날, 잣을 넣어 예전 추억의 떡국을 끓인다. 올 설 명절은 이산화탄소 배출 1등인 소고기 말고 잣을 이용해 떡국을 끓여보면 어떨까?