서정시인 정호승(프란치스코) 작가의 두 번째 동시집이다. 1972년 동시로 등단한 이후 반세기 넘게 시를 써 온 시인의 동시 세계가 71편의 작품으로 담겼다.
한요 작가의 그림이 어우러진 책은 서울 도심에서부터 백두산 천지에 이르기까지 폭넓은 시공간을 배경으로, 어린이의 시선으로 세계를 바라본다. 그리고 작고 느리고 낮은 존재들의 마음에 귀 기울이며, 인간과 자연, 동물과 사물의 경계를 허물어 보인다.
슬픔을 외면하지 않으면서도 그것을 기쁨과 위로로 바꾸는 힘은 동시에서도 여전하다. 성공회성당 마당의 비둘기를 통해 신앙과 자기 성찰로 나아가는 <비둘기>는 시인의 세계관을 상징적으로 보여 준다.
꽃과 나무, 새와 별 같은 자연의 목소리를 담은 작품들은 어린이에게 타인의 마음을 헤아리는 연습을 건넨다. <해>, <낚시>, <선인장> 등 일상에서 출발한 시편들은 조용한 질문과 따뜻한 성찰로 이어진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