김진수 대표가 유학 시절부터 40여 년 수집한 700점 중 일부
전시 판매 수익금 베트남 다문화 자녀 대학 장학금 지원 예정
독일어권 거장들의 작품을 중심으로 유럽의 500년을 담은 그림들이 한자리에 펼쳐진다. 바로 유로 오스트리아 아츠(대표 김진수)의 기획전 ‘르네상스에서 인상주의를 넘어 모던 클래식까지’. 이번 전시는 제목처럼 16세기 이후 서양미술사의 주요 사조와 당대 유명 화가들의 작품을 총망라한다.
먼저 독일 르네상스를 이끈 알브레히트 뒤러부터 비엔나 분리파를 대표하는 구스타프 클림트와 에곤 실레, 오스카 코코슈카의 풍경화·정물화·인물화 등을 선보인다. 에밀 오릭의 작품은 국내에 처음으로 소개된다. 헤르만 헤세의 그림과 편지도 감상할 수 있다.
모던 클래식을 상징하는 거장들의 다색 석판화도 확인할 수 있다. 프리덴스라이히 훈데르트바서의 작품은 물론 독일어권을 벗어나 파블로 피카소·마르크 샤갈·호안 미로·살바도르 달리의 작품도 선보인다.
전체적으로 총 100여 점이 서울 명동 갤러리 1898 전관을 가득 메울 예정이다. 이들 작품은 모두 연세대 사회복지학과 교수였던 김진수(시몬) 대표가 오스트리아 유학 시절부터 40여 년에 걸쳐 수집했다. 전체적으로 약 700점을 소장하고 있다. 이를 토대로 지난 2020년 유로 오스트리아 아츠를 설립해 작품 판매와 기증, 장학사업을 진행하고 있다.
김 대표는 “오스트리아에서 10년간 유학하며 그림과 경매에 관심을 갖게 됐다”며 “1989년 동유럽 해체 시기에 통역 아르바이트로 현지 임금 대비 꽤 많은 돈을 벌었고, 오스트리아 출장과 교환교수 시절 때도 틈틈이 진품을 구입했다”고 배경을 설명했다. “가정을 꾸리지 않은 점도 그림에 집중할 수 있었던 이유인 것 같다”며 웃었다.
클림트 작 ‘여성 실루엣’
라스케 작 ‘수도자’
헤세 작 ‘겨울풍경+자필편지’
이른바 ‘아트 테크’의 선구자라고 할 수 있으나, 김 대표는 이를 사회에 환원하고 있다. 지금까지 다섯 차례 진행한 전시회 수익금으로 한국인 남성과 국제결혼 뒤 폭행 등에 못 이겨 고국으로 돌아간 베트남 여성 자녀들의 대학 진학을 지원했다. 2025년에만 6명에게 대학 등록금을 전달했다.
대학교에서 자원봉사센터장을 역임했고 서울가톨릭사회복지회에서도 활동했던 김 대표는 “베트남 여성들과의 국제결혼이 2000년대 초반부터 많아졌다”며 “이제 성인이 된 그들의 자녀 상당수가 베트남 현지에서는 고등학교 진학도 하지 않은 채 농사일에 투입되는 모습을 보며 교육의 기회를 제공하고자 한다”고 말했다.
이번 전시의 판매 수익금도 장학금으로 지원할 예정이다. 김 대표는 “유엔인권정책센터의 도움을 받아 매해 6명을 추가로 지원할 계획이라 재원 마련이 고민인데, 한두 명은 도맡겠다는 친구도 있고, 현지 한국 회사에도 도움을 요청하고 있다”며 “신앙적으로는 여전히 부끄럽지만 그동안 받은 것에 감사하며 돌려드리고 싶다”고 말했다.
전시와 관련해서는 “르네상스는 이탈리아, 인상주의는 프랑스로만 생각하는데, 지역별로 저마다의 열정을 불태웠다”며 “관람객들이 이번 기회를 통해 유명 화가들은 물론 수많은 예술가의 고뇌와 창조, 변화와 조화를 느낄 수 있길 바란다”고 전했다.
전시는 9일부터 18일까지 무료로 관람할 수 있다. 토요일과 주일 오후 4시에는 김 대표가 직접 도슨트로 나서 작품과 유럽 미술사 및 그림 경매 등에 대해 설명할 예정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