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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성미술 산책] 조르주 루오 <수난당하는 그리스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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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0세기 초, 새로운 표현에 목마른 프랑스 화단에서는 다양한 표현의 바람이 일었는데, 그중 강렬하고 원색적인 색채, 단순하고 순수한 형태에서 답을 찾은 ‘야수파(fauvism, 1905-1908)’의 그림을 만납니다.


그 주요 인물들은 파리 미술대학 명문인 에꼴데보자르 동기로 미술계에 함께 등단한 앙리 마티스(Henri Matisse, 1869~1954)와 조르주 루오(Georges Rouault, 1871~1958)입니다. 보편적인 주제와 세련된 단순미를 추구한 마티스는 널리 대중의 사랑을 받은 반면, 내향적인 성향에 깊은 신심의 소유자였던 루오는 점차 20세기 종교미술을 대표하는 화가로 자리매김하며 각자 너무나 다른 길을 걸었습니다.


자신을 드러내는 데 급급한 당시의 시류를 거스르며 하느님 안에서 고독한 순례자의 길을 걷기를 선택한 루오. 거친 마티에르(mati?re, 질감)의 검은 윤곽선 안에 갇힌 형태는 중세 고딕성당을 장식하는 스테인드글라스의 굵고 검은 납선과 색유리의 조합을 연상시키는데, 이는 10대 시절, 스테인드글라스 공방에서 견습공으로 일하며 익힌 것입니다. 이같이 루오가 미술계에 입문한 것은 색유리의 신비로운 빛과의 첫 만남을 통해서였고, 이는 그의 작품세계 전체를 지배한 ‘빛을 찾아가는 여정’이 되었습니다.


<수난당하는 그리스도>에서는 세상으로부터 버림받아, 채찍질에 온갖 수모를 당한 정신적, 육체적 고통의 비애와 고독이 강렬하게 드러납니다. 양편에는 그를 ‘유대인의 왕’이라 조롱하며 위협하는 두 인물이 있는데, 이들의 울퉁불퉁 일그러진 추한 모습은 타락한 인간성을 투영하는 것이지요. 반면에 어깨에 붉은 망토를 두르고 기진맥진, 체념한 듯한 예수는 두 눈을 꼭 감고 자신에게 주어진 가혹한 운명을 기꺼이 감내하는 듯 보입니다. 길쭉한 얼굴과 곧은 코에서는 깊은 우울과 슬픔이 그리고 그의 올곧은 성품을 드러내고, 몸의 거친 마티에르의 표현은 마치 채찍질로 난 상처인 듯 절묘합니다.


여기 죄 없는 예수가 감내한 희생이 우리 나약하고 어리석은 인류를 구원하기 위해서라니 그저 송구스럽기만 할 뿐입니다.


루오의 거칠고 강렬한 표현을 일컬어 ‘거룩한 반항’이라 하는데, 이는 하느님에 대한 반발, 반항이 아닙니다. 바로 하느님을 외면하고 저버리는 인간의 ‘위선’과 ‘어리석음’에 대한 반항이지요. 그리고 이상하게도 이 거친 화면에서 ‘폭력’, ‘증오’의 한기가 아닌 따뜻한 온기가 느껴지는 것은 루오의 인간에 대한 깊은 연민, 바로 ‘사랑’의 시선 때문입니다.



글 _ 박혜원 소피아(서울가톨릭미술가회 회장)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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가톨릭신문 2026-01-21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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