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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신앙 속 예술, 예술 속 신앙] 성 토마스 아퀴나스의 성체 찬미가 <천주 성자 예수 흠숭합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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소설 「장미의 이름」을 쓴 움베르토 에코는 성 토마스 아퀴나스를 말할 때 가장 먼저 호명되는 학자는 아니다. 그러나 그는 학위논문으로 「토마스 아퀴나스 미학의 문제」를 썼고, 평생 성인에 대한 애정을 숨기지 않았다. 1974년 성인 선종 700주년을 맞아 에코는 이렇게 적는다. 


“그는 기반이 너무 튼실한 건물을 쌓아 올렸기 때문에 이제까지 어떠한 혁명가도 그의 체계를 ‘내부로부터’ 허물어뜨릴 수 없었다. 사람들이 기껏 할 수 있던 일이라곤 ‘외부로부터’ 그의 신학에 대해 이러쿵저러쿵 말을 늘어놓는 것뿐이었다.”


인상적인 것은 에코의 비유다. 그는 성인의 신학을 견고한 난공불락의 성(城)처럼 그린다. 그래서 의외다. 견실하고 정연한 성채 같은 이가 이토록 간절하고 아름다운 찬미가를 남겼다는 사실 말이다. 바로 <성 토마스의 성체 찬미가>로 알려진, <천주 성자 예수 흠숭합니다(Adoro te devote)>. 우리나라에서는 「가톨릭 성가」 195번에 수록된 성체성가다.


종교 저널리스트 크리스토퍼 하우즈는 이 곡이 일반적 찬미가보다는, 개인적 신심이 깃든 기도문에 가깝다고 정의한다. 성 토마스 아퀴나스는 매일 두 번, 첫 미사를 집전하고 



두 번째 미사에는 신자처럼 조용히 참례하거나 제대에서 봉사했다. 7절로 된 찬미가를 빵과 포도주 축성 이후부터 주님의 기도 직전까지 기도하듯 읊으면 전례 흐름과도 놀랍도록 맞물린다는 것이다. 정교한 각운과 운율은 말로 되뇌어도 부드럽게 흐른다. 기도와 노래가 일치하는 순간이다.


찬미가는 성경 인물들과 함께 신앙 고백을 이어 간다. 3절 ‘뉘우치던 저 강도의 기도 올리나이다’는 회개한 죄수 디스마스처럼 주님께 자비를 구하는 겸허를 드러낸다. 4절에서는 성인의 정체성이 성 토마스 사도와 이어진다. 부활하신 예수님의 상처를 확인하고서야 믿었던 사도를 통해 ‘토마스처럼 그 상처를 보지는 못하여도 저의 하느님이심을 믿어 의심 않사오니’라는 고백을 담았다. 본인 이름이자 자신을 투영한 성 토마스 사도에 기대어, 보지 않고도 믿는 이들의 복됨(요한 20,29 참조)을 부각한 대목이다.


6절도 인상적이다. ‘사랑 깊은 펠리칸, 주 예수님, 더러운 저를 주님의 피로 씻어 주소서. 그 한 방울만으로도 온 세상을 모든 죄악에서 구해 내시리이다.’ 성체 성혈에 대한 신심을 뚜렷하게 반영하는 부분이다. 성체성가 198번 ‘성체 안에 계신 주님’은 이 6·7절 라틴어 가사를 기반으로 하고 있다. 중세 이후 그리스도의 인성에 대한 강조는 가혹한 수난, 십자가, 상처, 피 흘리심으로 형상화되었고, 성혈 관련 성유물 공경과 함께 더 강화되었다.


이는 성미술에도 깊은 흔적을 남겼다. 새끼에게 가슴을 쪼아 먹이는 펠리칸 도상은 중세 동물 백과인 「동물지」를 넘어 여러 필사본에서 등장하는데, 예수 그리스도께서 자신을 온전히 내어주심을 상징했다. 많은 십자가 그림에서 천사가 그리스도의 다섯 상처, 즉 오상에서 흐르는 피를 성작에 받는 장면이 묘사되는데, 성체성사의 성혈을 의미하는 시각 언어다. 요컨대 ‘온 세상을 모든 죄악에서 구원하는 주님의 피 한 방울’을 나타낸 것이다.


1월 28일은 성 토마스 아퀴나스 사제 학자 기념일이다. 축일을 맞아 그의 성체 찬미가를 불러보면 어떨까. 이를 기도처럼 되뇌는 것은 성체 성혈에 깃든 신비를 성인과 함께 맛보는 일이다. 전기는 성인이 성체 앞에서 종종 눈물을 흘렸다고 전한다. <천주 성자 예수 흠숭합니다>는 성인의 내밀한 기도이자 고백에 가깝다. 때론 가장 이성적인 이가 가장 간절한 노래를 부른다고 했던가. 성 토마스 아퀴나스의 찬미가는 분명 그런 사례다.



글 _ 박찬이 율리아나(음악 칼럼니스트)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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가톨릭신문 2026-01-21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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