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좌절도 희망으로 만들 행복의 조건 「프란치스코 교황의 행복론」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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새해를 맞은 한국 사회의 공기는 여전히 무겁다. 경제 지표는 양호하지만, 청년들이 체감하는 미래는 불투명하고, 직장인들의 삶은 팍팍하다. 불안과 우울, 외로움이 일상을 잠식하는 현실에서 ‘행복’이라는 단어는 사치처럼 느껴진다. 통계는 냉정하다. 세계 10위권 경제 대국임에도 2025년 한국의 세계 행복지수 순위는 57위에 그쳤다.


이런 시대에 「프란치스코 교황의 행복론」은 우리가 잊어버린 물음을 앞에 놓는다. “진정한 행복은 정말 어디에 있는가?” 프란치스코 교황은 생전 이 질문 앞에서 한결같았다. “하느님께서 우리가 행복하기를 바라십니다.”


이 책은 8개 장에 걸쳐 프란치스코 교황의 설교, 연설, 묵상을 ‘행복’이라는 키워드로 엮은 묵상집이다. 여기서 행복은 성취의 결과나 물질적 만족이 아니다. 그는 행복을 하느님의 선물이자 관계 속에서 경험하는 기쁨, 좌절 후 다시 일어서는 과정으로 재정의한다. 예수님을 ‘우리보다 먼저 그 길을 걸으신 분’으로 소개하며, 실패와 좌절마저 새로운 길이 되게 하는 하느님의 방식을 이야기한다.


넘어진 자리에서 다시 일어서는 용기, 스스로를 웃게 만드는 여유, 타인을 지배하지 않고 공간을 내어주는 온유함. 교황이 말하는 행복의 조건들은 특별한 곳이 아니라 평범한 일상에 있다.



“실패했다고 느껴지는 문화, 경쟁의 문화, 낭비의 문화에서 자신을 스스로 구하길 원합니까? 그런 인생을 살고 싶습니까? 항상 앉아 있지 말고, 미소를 지으며 이렇게 손을 뻗어 보십시오. 그리고 손을 더럽히십시오. 여러분은 행복해질 것입니다.”(117쪽)


“여러분의 행복은 값을 매길 수 없으며 거래될 수 없습니다. 행복은 핸드폰에서 내려받는 ‘앱(app)’이 아닙니다. 그것이 가장 최신 버전이라 할지라도 여러분이 사랑하기 위한 자유와 존엄을 가져다줄 수 없습니다. 진정한 자유는 전혀 다른 것입니다.”(219쪽)


프란치스코 교황 특유의 서술 방식도 책의 강점이다. 교황은 「카라마조프가의 형제들」, 「반지의 제왕」 같은 문학 작품과 〈바베트의 만찬〉, 〈길〉 같은 영화를 자연스럽게 인용하며 행복을 추상적 관념이 아닌 구체적 삶의 순간으로 포착해 낸다. 〈바베트의 만찬〉을 통해서는 공동체 안에서, 혹은 친구들과 사랑하는 사람들과 함께 걷는 것의 의미를 들려준다. 또 「반지의 제왕」을 인용하면서 “하느님의 사랑인 우리의 사랑을 드러내기 위해 기꺼이 우리 그리스도교 공동체 밖으로 떠나는 것을 두려워하지 말 것”을 당부한다.


주교회의 의장 이용훈 주교(마티아·수원교구장)는 추천사에서 이 책을 “교황님께서 우리 곁을 떠나며 남기신 마지막 위로”라고 했다. 그의 선종 이후 한국 신자들이 느끼는 공백 속에서 이 책은 단순한 묵상집을 넘어 프란치스코 교황의 목소리를 다시 듣는 통로가 된다.


번역을 맡은 김의태 신부(베네딕토·수원가톨릭대학교 교수)는 옮긴이의 말을 통해 교황이 남긴 15개의 짧은 조언을 소개한다. “위대한 꿈을 꾸십시오”, “다른 사람들과 함께 걸어 보십시오”, “어둠 너머를 바라보십시오” 같은 메시지들이다. 그는 “독자들이 진정한 행복이 무엇인지, 행복을 향해 걸어가는 길이 무엇인지 알려주는 교황님의 ‘행복’ 메시지를 체험하게 될 것”이라고 전했다.


이주연 기자 miki@catimes.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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가톨릭신문 2026-01-21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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