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기업인에서 사진작가로…박용만 사진전 ‘휴먼 모먼트’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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두산그룹과 대한상공회의소를 이끌었던 박용만(실바노) 전 회장이 반세기 동안 카메라 렌즈에 담아온 기록을 세상에 내놓았다. 지난 1월 16일 서울 남창동 전시공간 ‘피크닉’에서 막을 올린 ‘휴먼 모먼트(HUMAN MOMENT)’는 기업인이 아닌 사진작가 박용만으로 처음 선보이는 전시로, 그가 오랫동안 축적해 온 예술 세계를 만날 수 있는 자리다.


작가는 고등학교 1학년 시절 교내 사진 대회에서 수상한 이후 사진에 대한 애착을 키웠다. 이후 대학과 일본 유학 등을 거쳐 본격적으로 카메라를 들었고, 일상의 순간을 꾸준히 기록해 왔다. 한때는 전업 사진기자나 사진작가를 꿈꾸기도 했지만, 가족의 반대와 현실적인 제약 앞에서 사진은 끝내 본업이 되지 못했다. 그럼에도 그는 카메라를 내려놓지 않았고, 70대에 들어서 사진작가로 정식 데뷔하며 오랜 꿈을 펼치게 됐다.


이번 전시를 위해 그는 국내외 여러 지역을 다니며 촬영한 필름 사진 가운데 80점을 엄선했다. 모든 작품에는 인물이 직접 등장하거나, 혹은 사람의 흔적이 남아 있다. 인물의 가장 편안하고 인간적인 순간을 포착하려는 태도가 사진 곳곳에서 읽힌다. 첫 전시 제목을 ‘휴먼 모먼트’로 붙인 이유다.


특히 작가는 각 사진에 별도의 제목과 촬영 시간, 장소 등의 정보를 배제했다. 관람객이 특정한 맥락이나 선입견에 기대기보다 사진 자체를 자유롭게 감상하도록 하기 위해서다. 전시 동선 또한 눈에 띈다. 멀리서 찍은 사진, 혹은 뒷모습 중심의 사진으로 시작해 전시가 진행될수록 점차 사람의 얼굴과 표정이 드러나며 관객을 더 가까운 거리로 끌어당긴다. 멀리서 ‘관찰’하던 시선이 어느 순간 ‘대면’으로 바뀌는 구조다.


한 공원 벤치에 앉은 동양인 관광객 부부와 그 뒤로 애정 표현을 하는 젊은 커플이 대비되는 모습을 담은 작품은 이번 전시의 대표작 중 하나다. 또 개방 초기 중국에서 만난 홍위병 출신 관리들의 표정 없는 얼굴, 카메라를 든 작가를 노려보는 한 할머니의 날 선 시선 등 다양한 얼굴들이 전시장을 채운다. 그뿐 아니라 기업인과 사진작가의 경계에 서 있는 그의 모습, 아내와 아이들의 어린 시절이 담긴 개인적인 순간들도 함께 선보여 ‘기록자’로서의 시선과 ‘가족의 한 사람’으로서의 기억이 교차한다.


전시 후반부에는 흑백 사진으로 담아낸 노인과 노숙인, 재개발을 앞둔 판자촌의 풍경이 이어진다. 화려함이 강조되는 ‘국민소득 3만 달러 시대’ 아래, 소외된 사회의 주변부를 정면으로 비춘다. 작가는 그 장면들을 통해 우리 사회의 양극화 문제를 환기하며 전시를 마무리한다.


작가는 “다시 보고 싶어지는 사진이 좋은 사진이라 믿는다”면서 “사람이 직접 등장하는 사진뿐 아니라 인간의 흔적이 머문 풍경을 통해 세상을 바라보는 마음을 표현하고 싶었다”고 전했다.


한편 작가는 전시작을 포함해 사진 200여 점을 담은 동명의 첫 사진집 ‘휴먼 모먼트’도 함께 출간했다. 전시는 2월 15일까지 이어지며, 관람료는 무료다.



황혜원 기자 hhw@catimes.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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가톨릭신문 2026-01-28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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