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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현장에서 만난 복음] “넌 왜 먹지 말라는 걸 자꾸 먹니?”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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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주사목위원회에서 운영 중인 공부방에 얼마 전, 난민 가정의 두 아이가 들어왔다. 초등학생 나이의 두 자매는 이슬람 문화권에서 왔고, 자연히 이슬람 교리를 배우며 자랐다. 공부방을 담당하시는 수녀님은 종교와 관계없이 이주민과 난민들의 자녀들을 받아들이고 보살펴주신다. 


물론 각자의 종교와 문화를 존중하신다. 그래서 공부방 아이들의 간식을 준비할 때는, 그 두 자매를 위해 이슬람 문화에서 금기시하는 돼지고기가 들어가지 않은 음식을 따로 준비하고 아이들에게도 그것이 차별이 아닌 배려임을 이야기한다.


그런데 공부방 수녀님의 이야기를 들어보니, 나이가 많은 언니는 수녀님의 배려대로 따로 준비된 간식만을 먹지만, 어린 동생은 늘 다른 친구들이 먹는 간식에 호기심을 느끼며 먹고 싶어 한다고 한다. 언니가 먹지 말라고 말려도 기어코 맛을 본다고 한다. 새로운 것에 대한 호기심, 그리고 교육으로 금지된 것에 대한 반항. 나는 친구들의 음식을 바라보는 그 아이의 눈빛을 상상하며 미소 짓게 된다. 그것은 단지 어린아이의 분별력 부족한 행동으로 보일 수도 있지만, 사실 우리 모두가 가지고 있는 가장 본래의 모습이기도 하다.


요즘 뉴스를 통해 신정 체제 국가인 이란에서 세속적이고 자유주의적인 MZ세대 청년층의 저항이 반체제 시위를 이끌고 있고, 여전히 보수적·종교적 가치를 중시하는 이들과의 갈등이 깊어지고 있다는 소식이 들려온다. 경제적 위기로 촉발된 시위이기는 하지만, 이 사건을 통해 종교가 사회체제와 문화를 통제하는 것에 대한 대중적 반감이 시대적 흐름임을 새삼 느낀다.


세계에서 벌어지고 있는 전쟁은 모두 이념과 종교, 이익다툼으로 벌어진다. 어떠한 이유에서 갈등이 생겨나든 우리는 한쪽에 서길 강요받고 또 어느 한편을 선택하고 지지하는 것이 당연하다는 생각을 가지고 있다.


하지만, 우리 그리스도 신앙 안에서 인간은 모두 하느님께로부터 창조되었고 서로가 서로에게 맞설 목적으로 이 세상에 태어나지 않았다. 오히려 하느님의 창조물로서 인간이 맞서야 할 대상은 인간이 아닌 절대 악이다.


종교마다 ‘그른 것(옳지 못한 것)’에 대해 가르치지만, 그것을 절대 악과 꼭 동일시할 순 없다. 오히려 문화와 전통을 배제하고 숙고해보면 우리가 ‘악’이라고 당연히 생각하는 ‘그름’의 문제에 대한 시각은 달라진다. 때로는 국적과 인종, 세대와 문화를 초월하여 모든 인간이 가지고 있는 양심에 비추어 ‘옳고’ ‘그름’의 문제를 자연스럽게 바라볼 필요가 있는 것이다.


그리스도 신앙 안에서도 ‘그름’이라고 생각하는 문제 또한 교회의 역사와 문화적 배경을 살펴보고 숙고해볼 필요가 있지 않을까. 물론 가톨릭교회에서 윤리로 가르치는 문제에 대해서는 우리의 이성적 합의에 우선하여 신앙의 눈으로 받아들이고 따라야 하는 의무가 우리 모두에게 있지만, 단지 그 의무와 기준을 지키지 못했다는 이유로 행해지는 단죄와 배척은 결코 ‘옳은 일’이라고 할 수 없을 것이다.


바리사이들이 예수님께 말하였다. “보십시오. 저들은 어째서 안식일에 해서는 안 되는 일을 합니까?” … (예수님께서) 이어서 그들에게 말씀하셨다. “안식일이 사람을 위하여 생긴 것이지, 사람이 안식일을 위하여 생긴 것은 아니다.”(마르 2,23-28)



글 _ 이상협 그레고리오 신부(수원교구 이주사목위원회 위원장)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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가톨릭신문 2026-02-03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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