정부가 대형 핵발전소 2기 신규 건설 계획을 발표한 것에 대해 폐기물 처리, 지역 주민 안전, 송전선로 건설 갈등, 미래 세대에 전가될 기후·환경 부담 등 핵심 쟁점에 대한 해법을 제시하지 않은 정책 추진이라는 비판이 나오고 있다.
기후에너지환경부 김성환 장관은 1월 26일 정부세종청사에서 열린 브리핑에서 ‘제11차 전력수급기본계획’에 반영된 신규 핵발전소 2기를 계획대로 진행하겠다고 밝혔다. 1월 21일 공개한 ‘미래 에너지 대국민 인식 조사’에 근거한 결정이라는 설명이다. 김 장관은 “여론조사 결과 원전이 필요하다는 의견이 80 이상이었고, 제11차 전력수급기본계획에 반영된 신규 원전에 대해 60 이상의 국민이 추진돼야 한다고 했다”고 말했다.
또한 인공지능(AI) 시대 급증하는 전력 수요를 충당하기 위해서는 날씨, 기후에 따른 변동성이 큰 재생에너지만으로는 부족한 점도 근거로 내세우고 있다. 김 장관은 “우리나라는 ‘에너지 섬나라’이면서도 동서의 규모가 짧아 태양광만으로는 전력 운영을 하기 어려운 조건”이라고 덧붙였다.
이 같은 발표에 종교·시민단체들은 즉각 반대 입장을 밝히며 비판에 나섰다. 한국 천주교 여자 수도회 장상 연합회와 한국 남자 수도회 사도 생활단 장상 협의회 정의평화환경전문위원회, 가톨릭기후행동 등 43개 종교·시민단체로 구성된 탈핵시민행동은 1월 27일 광화문 광장에서 ‘기후에너지환경부 규탄 시민사회 긴급 기자회견’을 열고, 성명을 발표했다.
성명은 ▲포화 상태에 이른 핵 폐기물 관리 ▲수도권 전력 수요를 위해 비수도권에 위험 부담을 전가하는 구조 ▲밀양 사례처럼 반복되는 송전선로 갈등 ▲핵발전소 밀집에 따른 사고 위험 등을 짚었다. 그러면서 정부가 이러한 쟁점에 대한 실질적 대안을 제시하지 못한 채 사업을 밀어붙이고 있다고 비판했다.
탈핵시민행동은 “이는 충분한 숙의 과정 없이 형식적인 여론조사와 토론회를 ‘공론화’라고 포장한 채 이뤄진 안전과 민주주의를 훼손하는 결정”이라며 “현재와 미래 세대의 생존권과 행복추구권 약탈을 멈추고, 지속가능한 지구를 구축해야 한다”고 주장했다.
교회는 핵발전소 문제를 두고, 위험을 줄이기 위한 정책 전환을 줄곧 촉구해 온 바 있다. 주교회의 생태환경위원회·정의평화위원회 등은 2023년 발표한 ‘후쿠시마 핵발전소의 방사능 오염수 해양 투기를 반대한다’ 제목의 성명서에서 핵발전소 사고의 위험과 고준위 핵폐기물의 위험성을 사전에 제거하기 위해 재생에너지로 전환할 것을 요청한 바 있다.
일본 주교회의도 「핵발전 폐지: 일본 가톨릭교회의 요청」에서 “핵발전은 대형 사고를 일으키지 않아도 사회의 여러 영역에 걸쳐 위험성이 존재한다”며 “방사성 물질 누출로 인한 환경 오염, 사용 후 핵연료 처리에 관한 막대한 비용과 위험, 핵폐기물 관리 부담의 미래 세대 전가 등이 포함된다”고 경고했다. 프란치스코 교황도 회칙 「찬미받으소서」에서 미래 세대에게 살 만한 지구를 물려줘야 한다는 책임을 강조했다.(159-162항 참조)
주교회의 생태환경위원회 총무 양기석(스테파노) 신부는 “정부의 이번 계획은 프란치스코 교황님이 「찬미받으소서」에서 언급하신 ‘세대 간 정의’ 문제에 위배될 뿐만 아니라, 힘없는 비수도권 지역의 사람들에게는 희생을 강요하고 수도권 사람들에게는 원치 않는 죄를 짓게 하는 구조”라며 “지금까지 손쉽게 사회를 지탱해 왔던 방식이 아닌, 생태적 회개를 바탕으로 한 새로운 방식으로 사회 시스템을 구축하기 위해 노력해야 한다”고 전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