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026년 2월 12일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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묵주 팔찌 찬 ‘텐션 킹’, 불호(不好)를 호(好)로 바꾼 10년

예능으로 이름 알린 뒤에도 뮤지컬 무대 지켜온 배우 김호영(베네딕토)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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뮤지컬 ‘킹키부츠’에서 방송에서 보이는 이미지와는 다른 연기를 선보이는 김호영 배우. CJ ENM 제공

‘킹키부츠’서 주인공 찰리 역 열연
다음달 국내 초연 ‘렘피카’ 캐스팅


공연 직전 무대 옆에서 짧게 기도
안나의 집 등 여러 곳 꾸준히 후원
“일 잘할 수 있는 건 어머니 기도 덕분”








“예능에서 저의 모습을 가식 없이 보여드린 게 맞습니다만 사실 ‘나를 오늘 이 자리에 왜 불렀는지’ 적재적소의 목적성을 정확히 아는 거죠. 그래서 좀더 극대화된 면이 있는데, 대한민국에서 나름 ‘텐션’이 높다고 하는 몇몇 사람이 24시간 내내 그렇지는 않을 거잖아요. 예를 들어 아무나 막 반기거나 소위 달려들거나 하지는 않아요.(웃음)”

김호영(베네딕토)씨가 화면에 자주 등장한 지 10년쯤 됐을까. 대중의 입장에서는 어느 날 갑자기 나타나 강렬하게 스며들었을 것이다. 하지만 앞서 그만큼의 시간을 무대에 서왔던 배우다. 그래서 그의 넘치는 에너지나 통통 튀는 입담, 도드라지는 패션 등은 뮤지컬을 즐기는 관객들에게는 새삼스러운 모습이 아니다. 기자 역시 딱 10년 전에 그를 인터뷰하며 당일 기력을 모두 소진했던 기억이 있는데, 이번에는 의외로 차분한 모습에 놀랐다.

2월의 문턱, ‘킹키부츠’ 공연에 앞서 서울 잠실 샤롯데씨어터에서 김호영 배우를 만났다. 어느덧 ‘연예인’ 이미지가 강해졌지만, 그의 본업은 뮤지컬배우. 2016년 시즌부터 벌써 다섯 번째 주인공 찰리로 무대에 서고 있다.

2013년 브로드웨이 초연 때 토니 어워즈 작품상 등 6개 부문을 휩쓴 ‘킹키부츠’는 폐업 위기에 직면한 영국 노샘프턴의 한 신사화 공장이 드래그퀸(여장 남자)을 위한 특별한 부츠를 제작해 살아남은 실화를 토대로 한다.

여장한 남성배우들이 대거 등장하고, 그들이 착용한 80㎝ 높이의 화려한 부츠와 의상이 시선을 사로잡지만, 강렬하고 파격적인 장치 이면에는 급변하는 사회에서 밀려나는 노동자, 다름으로 인해 차별받는 소수자, 스스로 선택하고 책임지며 나아가야 하는 청년 등이 상처받고 좌절하고 서로 이해하고 용서하며 살아가는 우리 모두의 이야기가 녹아 있다. 의외라면 김호영씨가 시선을 사로잡는 드래그퀸 롤라가 아니라 다소 밋밋한 찰리를 연기한다는 점이다.

“‘킹키부츠’는 찰리라는 평범한 청년이 자신의 삶을 개척하면서 특별하게 살고 있는 롤라라는 친구를 만나 성장하는 스토리란 말이죠. 단순히 웃고 즐기는 쇼 뮤지컬이 아니라 찰리의 고군분투하는 모습에 자신의 삶을 투영하는 분도 많아요. 그런데 제가 평상시에 굉장히 텐션이 높고 유머러스하고 옷도 화려하게 입는데, 무대에서는 전혀 그렇지 않아서 놀라시더라고요.”

 
‘킹키부츠’ 찰리로 뮤지컬 무대에 돌아온 김호영 배우. CJ ENM 제공


그가 가톨릭 신자라는 점에서도 놀라는 이가 많을 것이다. 수년 전 인기 예능 프로그램에서 ‘가톨릭 신자지만 신점 마니아’라고 말하며 큰 웃음을 자아내지 않았던가.

“지금은 열심히 찾아다니지는 않는데, 그렇게 나쁘다고 생각하지는 않아요. 우리가 매일 기도를 합니다만 그 기도대로 단박에 이루어지지는 않잖아요. 그냥 맡기죠. 원하는 바가 이루어지지 않았을 때 나중에 돌이켜 보면 분명히 이유가 있더라고요. 10년 전에도 김호영이 지금 정도의 인지도를 갖고 있었다면 좋았겠죠. 그때는 솔직히 더 바랐고요. 차츰차츰 이렇게 오게끔 만들어주셨지만, 당시에는 뭔가 될 것 같은데 안 되는 것에 대해서 흔히 말하는 ‘기도발’에 대한 의문을 가졌던 것 같아요.(웃음)”

재미로 보고, 신기해서 보고, 뭔가 잘 안 풀릴 때 불안해서 보고, 그래서 고해성사도 보고?. 김호영씨의 답변을 십분 이해하는 이가 많을 것이다. 그의 세례명은 베네딕토. 모태 신앙인인 그의 일상 곳곳에 의외라고 생각되는 모습들이 배어 있다.

“외가가 독실한 가톨릭이에요. 외할아버지·외할머니께서 주위에 많이 베푸셨고, 그런 모습을 보면서 저도 금액이 아주 많지는 않지만, 김하종 신부님이 운영하시는 안나의 집 등 몇 곳에 꾸준히 마음을 전하고 있어요. 주말과 주일에 공연을 많이 하고, 다른 스케줄 때문에도 미사에 열심히 참석하는 신자는 못 되지만, 공연 직전에 무대 옆에서 짧게 기도를 하고요. 자동차 바꾸면 축복도 받고, 항상 차는 팔찌가 있는데 주얼리로 생각하고 브랜드 알려 달라는 분이 많아요. 그것도 묵주예요. 무엇보다 제가 이렇게 잘 일할 수 있는 이유 중 하나는 어머님의 기도 덕분이고요.”
 
뮤지컬 ‘킹키부츠’에서 방송에서 보이는 이미지와는 다른 연기를 선보이는 김호영 배우. CJ ENM 제공


그 정성된 기도와 오랜 노력 덕분에 그는 지금 무대 안팎에서 가장 바쁜 배우 중 한 명이다. ‘킹키부츠’와 맞물려 3월 국내 초연되는 뮤지컬 ‘렘피카’에도 캐스팅됐다. 다채로운 방송과 홈쇼핑, 개인방송까지 기자가 마지막으로 그를 만났던, 그가 처음으로 ‘킹키부츠’의 찰리를 맡았던 10년 전과는 상당히 다른 삶을 살고 있다.

“많이 달라졌죠. 뮤지컬 밖에서도 인지도가 많이 올랐고, 호불호가 강한 캐릭터였다면 불호에서 호로 많은 분이 넘어오신 것 같아요. 이루려고 했던 목표들을 어느 정도 성취했고, 홈쇼핑에서는 제 이름을 건 프로그램을 진행하고 있고요. 2002년 데뷔 이후 한 해도 쉰 적 없이 무대에 섰지만, 대중적인 인지도를 갖게 되고 제가 참여했던 공연들도 꾸준히 흥행을 이어가면서 아무래도 더 불러주시고요. 굉장히 감사하죠.”

오랫동안 수많은 인물을 인터뷰하며 그들의 마음을 오롯이 담아내려 노력했지만, 기자 역시 보여지는 김호영씨에 대해 편견을 지니고 있었다는 생각을 해본다. 그가 발산하는 쾌활한 에너지 안을 찬찬히 들여다보면 의외로 차분하고 철저한 자기 객관화와 상황 분석이 있다. 그에 맞춰 부단히 노력했고, 무너지고 일어서기를 반복했을 것이다. 지금의 그가 기도하는 것은 무엇일까.

“예전에는 저라는 사람을 알리기 위해 물불 안 가렸다면 요즘은 에너지를 조금 더 효율적으로 쓰려고 해요. 사실 욕심이 많은 사람인 것 같아요. 호기심도 많고, 그래서 하고 싶은 게 많은 거겠죠. 무대에서 활동하던 배우들이 매체로 넘어가면 대부분 연기적으로 확장하는데, 저는 예능을 많이 하면서 다른 분야가 열렸잖아요. 그래서 배우로서 어떤 갈망은 항상 있어요. 그런데 한편으로 지금 대중이 원하는 것이 어떤 것인지, 저의 탈렌트 중에서 펼칠 수 있는 건 어떤 것들인지도 생각해요. 억지로 하는 건 아니고 재밌으니까요. 솔직히 지금의 삶에 굉장히 만족하는 편이거든요.”

음력설이다. 마지막으로 유쾌하고 활기찬 새해 인사를 부탁해 보았다.

“저희 어머니가 ‘구체적으로 기도하라’고 하셨어요. 그래서 저는 갖고 싶고 사고 싶고 혹은 프로그램에서 뭔가 이루고 싶은 것들을 정확하게 쓰는 편이에요. 과거에 나열했던 단어들이 실현되는 경험도 했거든요. 새해가 막 시작했으니, 여러분이 원하고 바라는 것이 있다면 구체적으로 그분께 바라십시오. 그럼 언젠가는 꼭 이루어주실 겁니다. 끌어올려!(웃음)”

윤하정 기자 monica@cpbc.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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가톨릭평화신문 2026-02-11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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