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026년 2월 13일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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초콜릿 뒤에 숨겨진 성 발렌티노의 유산

"황제의 금지령을 어기고 비밀 결혼을 돕던 사제, 그가 남긴 마지막 편지 한 장"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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미드저니 제작



2월 14일은 연인들이 사랑을 전하는 '발렌타인데이'다. 유명 제과점과 편의점에서는 경쟁하듯 초콜릿을 진열하고, 좀 더 특별한 초콜릿을 연인에게 선물하기 위한 고민도 깊어지는 날이다. 하지만 정작 이 날이 왜 사랑의 기념일이 되었는지, 그 시작이 가톨릭교회의 성인 축일이라는 사실을 아는 이는 많지 않다.

황제의 금령도 꺾지 못한 신념, 발렌티노 성인
발렌타인데이는 본래 발렌티노 성인의 축일이다. 가톨릭교회는 이날 ‘발렌티노’라는 이름을 지닌 두 명의 성인을 기념한다. 3세기 로마에서 활동하며 클라우디우스 2세 황제 치하에서 순교한 사제 발렌티노와, 로마 근교 테르니의 주교 발렌티노가 그 주인공이다. 학계에서는 로마의 사제로 활동하던 발렌티노가 이후 주교가 된 뒤 순교했을 것으로 보며, 두 성인이 동일 인물일 가능성에도 무게를 둔다.

전해지는 기록에 따르면 발렌티노 사제는 모진 박해 속에서도 끝까지 신앙을 지켰다. 배교를 거부해 체포된 그는 법관 아스데리오의 집에 구금되었는데, 그곳에서 앞을 보지 못하던 법관의 딸을 기도로 치유하는 기적을 행했다. 이를 계기로 법관의 온 가족이 개종했으나, 이 소식에 분노한 황제는 결국 그를 처형하기에 이른다.

감옥에서 시작된 ‘첫 번째 사랑의 메시지’
발렌티노가 ‘연인들의 수호성인’으로 각인된 데에는 낭만적인 전설이 더해진다. 당시 황제는 군사력 약화를 우려해 병사들의 결혼을 금지했다. 하지만 발렌티노는 사랑하는 연인들을 위해 비밀리에 혼인 성사를 집행하다 발각되어 순교의 길을 택했다는 이야기다.

특히 처형되기 전, 그는 간수의 딸에게 "당신의 발렌티노로부터(From your Valentine)"라는 짧은 편지를 남겼다고 전해진다. 이 마지막 인사가 훗날 연인들이 사랑의 메시지를 주고받는 풍습의 시초라는 해석이 널리 알려져 있다.


중세의 낭만과 현대의 마케팅이 만나다
2월 14일이 본격적인 ‘연인의 날’로 자리 잡은 것은 14세기 무렵이다. 유럽에서는 이 시기가 새들이 짝을 짓는 철이라는 믿음과 함께, 중세 기사도 특유의 낭만적 사랑 문화가 결합하면서 발렌티노 축일은 점차 연인들의 기념일로 변모했다.

오늘날 한국에서 익숙한 ‘초콜릿 선물’ 문화는 사실 비교적 최근의 현상이다. 1960년대 일본의 제과업체가 펼친 마케팅 전략이 아시아 전역으로 확산한 결과다. 이후 화이트데이까지 더해지면서 발렌타인데이는 본래의 의미보다 상업적 색채가 짙은 기념일로 자리 잡게 되었다.

초콜릿보다 달콤한 '삶을 통한 사랑'
사랑의 기념일의 화려한 포장지를 한 꺼풀 벗겨내면, 우리는 한 성인이 남긴 숭고한 정신과 마주하게 된다. 사랑을 단지 말이 아니라, 자신의 삶과 희생으로 증명하려 했던 이의 이름이 오늘날까지 이어지고 있는 셈이다.

올해 발렌타인데이에는 달콤한 초콜릿과 함께, 이 날이 간직한 오래된 유산과 사랑의 진정한 의미를 잠시 떠올려보는 것이 어떨까. 그것이 수 세기 전 한 성인이 남기려 했던 진짜 '사랑의 메시지'일지도 모른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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가톨릭평화신문 2026-02-13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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