해방 1세대 원로 작가로 60여 년간 인물을 소재로 화업을 이어온 권순철(요셉·82) 작가의 작품을 볼 수 있는 전시가 열리고 있다. 서울 평창동 김종영미술관은 2026년 첫 전시로 권순철 작가 초대전 ‘응시, 형상 너머’를 2월 6일 개막했다.
작가는 이번 전시를 통해 그간 탐구해 온 ‘한국적인 얼굴’을 선보인다. 물감을 여러 번 덧칠해 거칠고 울퉁불퉁한 느낌을 주는 마티에르 기법으로 한국인의 원형을 찾기 위한 작업을 거듭해 왔다.
미술은 흔히 ‘아름다움을 추구하는’ 작업으로 풀이된다. 하지만 어떤 작가 또는 작품은 아름다움 너머의 진실, 즉 고통과 비극을 정면으로 응시함으로써 더 높은 차원의 감동을 전하곤 한다.
거친 필치로 캔버스를 수놓은 작품들은 아름답고 우아한 모습과는 거리가 멀다. 두꺼운 물감에 잠긴 듯한 형상은 오히려 불편함을 주기도 한다. 하지만 가만히 ‘응시’하다 보면 투박함 너머의 깊은 울림과 숙연함을 경험할 수 있다.
이러한 작품들에는 개인적 상처가 녹아 있다. 6·25 당시 7세였던 그는 민간인 학살로 알려진 ‘보도연맹’ 사건으로 아버지와 삼촌을 잃었고, 이후 남은 가족과 함께 트라우마 속에서 오랜 시간 숨죽이고 살아야 했다. 때문에 그림은 자신의 상흔을 고백하며 앞으로 나아가는 과정이다. 작품 속 형상은 삶의 지층을 담고 있으며, 한국인의 넋을 위로하고 ‘한(恨)’을 승화하는 작업이 된다.
또한 전시에는 채찍질 당한 예수 그리스도를 담은 <등>과 <몸>도 공개된다. 고통과 수난을 온몸으로 견디는 그리스도의 형상은 평생 응시해 온 인간 존재의 상처와 맞닿아 있으며, 상처를 넘어 구원으로 나아가는 여정을 묵묵히 보여 준다. 전시는 3월 29일까지.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