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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성미술 산책] 폴 고갱 <설교 후의 환영>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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지상 낙원을 찾아 타히티로 떠난 폴 고갱(1848~1903). 그의 격정적인 삶은 영국 작가 서머싯 몸(W. Somerset Maugham)의 소설 「달과 6펜스」에 영감을 주며 더욱 널리 알려지게 되었습니다.


프랑스-페루 혼혈계로 페루 태생인 그의 특별한 성장 배경은 서유럽의 이성적이고 절제된 고전미에 남미의 열정이 더해지며 독창적이고 이국적인 화풍을 구축하는 밑거름이 되었습니다.


‘문명’의 두텁고 거추장스러운 옷을 훌훌 벗고 ‘순수’를 추구한 그는 거친 자연과 특유의 원시적인 지방색을 가진 프랑스 북서부 브르타뉴(Bretagne) 지방에 매료되었고 결국은 남태평양의 타히티로 떠났습니다.


<설교 후의 환영>은 브르타뉴 체류 시절 작품으로 강렬한 붉은색 화면과 거친 대각선으로 화면 중앙을 가르는 굵은 나무 한 그루가 시선을 사로잡습니다. 전경에는 브르타뉴 전통의상을 입은 뒷모습의 여인들이 두 손 모아 기도하는데, 전혀 미화되지 않은 여인들과 머리에 쓴 흰 두건은 강철로 된 듯 견고해 보입니다. 


이제 예로부터 ‘미의 대상’이었던 여인이 아니라 면, 색, 선 등 조형적 요소들 간의 시각적 조화를 추구하는 현대 회화의 새로운 지평이 활짝 열린 것입니다. 이들 앞에는 금빛 날개를 단 천사와 필사적으로 씨름하는 야곱 그리고 멀리 좌측 반대편에는 복음사가 성 루카를 연상시키는 황소 한 마리가 야생의 상징으로 등장합니다.


그런데 고갱은 성미술에 심취하지 않았는데 어째서 성경 소재의 그림을 그린 걸까요? 물론 이는 깊은 신심의 표현일 수도 있지만 그보다는 그리스도교 정신이 2천여 년의 긴 시간 서구문화 속 깊이 스며들어 있기 때문입니다. 


신자들에게 ‘야곱과 천사의 씨름’ 장면이 용감하게 하느님과 대면하여 성숙한 영혼으로 거듭나는 이야기라면, 예술가와 일반인들에게는 주어진 한계를 극복하고 처절한 몸부림을 해야만 신에 이를 수 있다는 메시지를 전해줍니다. 


고갱의 창조적 투쟁은 에밀 졸라(Emile Zola)가 소설 「작품」의 주인공인 화가 랑티에의 목소리를 빌려 말한 대로 ‘살아있는 살덩어리를 만들어내고자 현실과의 영원한 결투’를 한 것입니다.


수도자와 같이 고독하고 아무도 가지 않은 길을 개척하려는 굳은 신념으로 고집스럽게 나아간 고갱. 그의 삶은 태곳적의 거룩한 어떤 곳, 만물의 바탕, 영원한 낙원을 찾아가는 여정이었습니다.


그는 주어진 현실을 용감하게 헤쳐나가라고 말합니다. 부족하기만 한 나 자신과 대면하는 용기를 내는 것, 이것이 바로 설교의 핵심입니다.



글 _ 박혜원 소피아(서울가톨릭미술가회 회장)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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가톨릭신문 2026-02-24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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