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026년 2월 26일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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붓끝으로 피어난 복음, 주보에 ‘K-영성’ 수놓다

서울주보 표지 그림 봉헌 하삼두 화백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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작업 중인 하삼두(스테파노) 화백.

 


“그림은 하느님께 드리는 일상 보고”

김범우순교자성지서 매일 미사 참여

신학적 오류 있나 학자 신부님께 자문

“나의 신앙 고백 담겼나 늘 깊이 생각”



미사 때면 유심히 또는 무심히 바라보는 주보. 성당에 들어선 모든 신자가 손에 쥐는 만큼 첫 장을 장식하는 표지 그림의 의미는 남다를 수밖에 없다. 그런 차원에서 올해 ‘서울주보’의 표지 그림에 자연스레 눈길이 머무는 이가 많을 것이다. 지난해까지 세계적인 성화가 반기던 자리를 색다른 느낌의 수묵화가 장식하고 있기 때문이다. 몇 주 정겹게 바라보다 작가의 이름을 새기고 직접 연락해 보았다.


한국화 필법과 미학으로 표현한 묵상 성화

“김범우순교자성지(성모동굴성당)에서 매일 미사에 참여해요. 감실 앞에서 많은 생각을 합니다. 제게는 그림이 하느님께 드리는 일상 보고인 만큼 미리 주일 복음을 읽으면서 연구하고 새로 그림을 그리고 있어요. 제 그림 창고에서, 파일 속에서 꺼내오는 게 아녜요. 올해 서울에 계시는 분들은 50여 점의 새로운, 스타일도 각기 다른 그림을 보게 되실 겁니다.”

서울주보를 볼 때마다 눈여겨본 이름은 하삼두(스테파노) 화백이다. 동아대와 홍익대 대학원에서 동양화를 전공한 하 화백은 본지를 비롯해 다수의 가톨릭 매체에 그림을 연재해왔다. 30여 년 교회 안에서 활발하게 활동하고 있는 만큼 주보 표지 그림을 봉헌하는 것은 전혀 놀라운 일이 아니다. 다만 밀양에 작업실을 두고 부산·경남 지역을 중심으로 활동하고 있는 그가 서울주보의 표지를 수놓는 것이 의아했다.

서울대교구 문화홍보국 차장 박우준 신부는 이에 대해 “2027 서울 세계청년대회 개최를 1년 앞둔 올해 서울주보가 천명한 주제는 ‘K-톨릭’”이라며 “이 신조어가 지향하는 바는 한국 교회가 세계 교회에 기여할 수 있는 고유한 영성과 문화적 자원이 무엇인지를 자각하고 발굴하려는 성찰적 운동과 맥을 같이한다”고 말했다. 이어 “올해 서울주보는 한국 교회의 문화적 토양 속에서 자생하고 성숙해 온 신앙의 표현들을 최대한 폭넓게 조명하고자 하며, 하 화백은 한국화의 필법과 미학으로 묵상 성화를 완성해 오신 작가로서 그 예술적 역량과 작업량을 감당하실 성실함을 두루 갖춘 분임을 확인하였기에 이 귀한 협업이 성사될 수 있었다”고 전했다.

주보 표지 그림은 그 주일 미사의 복음을 묵상한다. 사제의 강론에 앞서 복음을 해석하고 그림은 물론 짧은 텍스트로 메시지를 전해야 하는 만큼 상당히 부담스러운 작업이 아닐 수 없다.

“복음을 읽으면서 키워드가 무엇인지, 보편 교회의 가르침은 무엇이고, 나의 경험에서 어떤 것을 들추어낼 수 있고, 함께할 수 있는 경험은 무엇인지, 내가 알지 못하지만 무엇에 대한 그리움을 느끼게 해야 하는지 계속 연구하죠. 사실 그림을 그리는 시간보다 텍스트에 들이는 시간이 훨씬 많아요. 어떤 단어를 선택할지 고심하고, 글을 읽을 때 걸림이 없도록 윤문도 하고요. 가톨릭신학원에서 공부했지만 신학적 오류가 없도록 부족한 부분은 학자 신부님들에게 문의하기도 하고, 자기 고백이 있는가도 유념합니다. 나의 신앙 고백이 없으면 이 그림은 내가 안 그려도 되니까요. 그리고 내년 서울 세계청년대회가 중요한 시간의 마디이니만큼 젊은이에게 초점을 맞추고 신경을 많이 쓰죠.”

 

 

사순 제2주일(3/1) 서울주보 표지 그림. 유턴 표지판 안쪽에 예수님의 옆얼굴이 자리하고 있다.

 


성경서 찾은 ‘용묵법’

그의 그림에 눈길이 머문 건 한국화라는 점에만 기인하지 않았다. 특유의 차분한 붓 터치와 색감 때문이랄까. 하 화백은 그 표현방식을 ‘용묵법’이라 이름 지었다. 독서 때 ‘노아의 방주’를 읽으며 “정결한 짐승은 모두 수놈과 암놈으로 일곱 쌍씩, 부정한 짐승은 수놈과 암놈으로 한 쌍씩 데려가거라”(창세 7,2)는 말씀에 오랜 머문 결과다.

“7대 1의 비율인데, 하느님께서 세상이 혼탁해서 새 판을 짜시며 굳이 부정한 것을 넣은 이유가 궁금했어요. 화가로서 온갖 실험을 하다가 건조율에서 발견했지요. 제 그림을 보고 좀 독특하다 생각했다면 테크닉적인 부분일 텐데, 화선지는 한번 먹을 하면 용해가 안 되거든요. 마르고 나면 물에 담가도 안 녹아요. 그런데 7 정도 마르고 1 정도 안 말랐을 때 물로 씻어내면 이미 그린 먹이 용해가 되더라고요. 테두리가 먼저 마르기 때문에 테두리가 남아 있는 상태로 용해가 돼요. 그 기법을 제가 발견했어요. 독서의 성과죠.(웃음) 그리고 동양화에서는 가능하면 붓을 물에 빨지 말라고 하거든요. 색이 항상 인접하도록. 섞으면 탁해지지만 침투하면 서로 다른 색의 기운과 맥이 살아 있어요. 모든 사물은 자세히 보면 흑과 백의 경계 부분이 단절된 것이 아니라 항상 이어져 있고, 색감도 징검다리가 반드시 존재해요.”

사순 시기 역시 부활과 연결되어 있다. 사순 제2주일 그가 놓는 징검다리에는 ‘유턴 표지판’이 보인다.

“무척 힘든 일이 있었을 때 운전하다 유턴 표지판을 보는데 예수님이 딱 나타나셨어요. ‘지금 너 어디 가노?’라고 말을 걸어오시더라고요. 그래서 유턴 고리 안쪽에 예수님의 옆얼굴을 그려 넣었습니다. ‘여러분한테는 이런 손길이 없었는가, 다 있습니다’라는 이야기를 하는 거죠. ‘회심’이나 ‘회개’라는 말을 표현한 거고요. 사순 시기 전체적인 주제이기도 합니다. 사순 시기에서 부활로, 다시 삼위일체까지는 굉장히 압축돼 있어서 아무래도 연중 시기에 비해서는 차이가 많이 나더라고요.”


3·4월 스위스 마리아슈타인 수도원서 작품전

그는 3월 21일부터 4월 26일까지 스위스 마리아슈타인 수도원의 부설 갤러리에서 전시회도 개최한다. ‘창조주의 섭리’라는 제목으로 32점을 선보일 예정이다.

“K-문화 열풍과 관련해 스위스에서 취재하러 온 분들이 성 베네딕도회 왜관 수도원에 묵으면서 제 그림들을 보셨나 봐요. 그렇게 이뤄진 전시인데, 동양의 철학은 초월이 아니라 접근·도달이거든요. 창조 질서가 살아 있는 땅, 그 동양 문화의 향기를 보여드리려 합니다. 수익금은 전쟁으로 인한 우크라이나 난민들을 돕는 데 사용할 예정이고요.”

열두 달이라는 긴 여정에서 이제 도입부를 지나온 셈이다. 매주 지치지 않고 성실하고 정갈하게 걸어가야 할 발걸음에 어떤 마음가짐을 땔감으로 쌓고 있는지 물어본다.

“작가로서 최고의 독자가 생기는 작업이 주보잖아요. 하느님이 개입하시지 않으면 할 수 없는 일이라는 생각을 갖고 열심히 할 거고요. ‘이 그림을 통해서 다른 사람에게 어떤 몫을 할 것인가’가 지금 저한테 주어진 숙제입니다. 창조주가 처음으로 나를 만들 때 ‘어떤 것을 하라’고 만든 그 속성이 있잖아요. 저는 그것을 빛깔처럼 ‘깔’이라는 접미사로 표현하는데요. ‘깔’을 되찾는 작업을 해야 된다고 생각하거든요. 그래야만 이 공동체의 일원으로 같이 평화를 누릴 수 있다 생각하고, 그 피조물로서의 몫을 회복하는 데 일조하고 싶습니다.”

윤하정 기자 monica@cpbc.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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가톨릭평화신문 2026-02-25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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