전 세계를 마비시킨 코로나19 팬데믹의 공포는 마치 한 편의 영화를 본 듯 희미해졌다. 불과 5년여 전의 일인데 말이다. 하지만 당시의 아픔과 충격에서 여전히 벗어나지 못한 이들도 있다.
‘엄마의 기도가 하늘에 닿으면 - 슬픔으로 빚은 위로’는 고 정유엽(요한 세례자)군의 6주기를 기리는 전시다. 정군의 어머니 이지연(엘리사벳)씨의 절망과 애도의 묵직한 시간이 담겨 있다.
코로나19 1차 대유행 당시 17세였던 정군은 2020년 3월 ‘마스크 5부제’에 맞춰 가족들의 마스크를 구하러 외출한 뒤 고열 등에 시달렸다. 코로나19 감염 의심 환자로 분류돼 거주지인 경산시를 비롯한 대구·경북지역 병원에서 입원과 치료가 늦어졌고, 코로나19 검사만 14번을 받다 중증 폐렴으로 끝내 숨졌다.
텅 빈 가슴에 품은 십자가로 살아갈 용기를 길어내는 ‘내 안의 빛’, 2024.
자식을 잃은 슬픔의 수렁에서 이씨가 매만진 흙더미는 처음에는 차갑고 무거웠지만 어느덧 따뜻한 품이 되었고, 예수님의 십자가 죽음을 바라봐야 했던 성모님의 마음으로 ‘모자상’을 빚게 했다. 그렇게 흙을 빚으며 스스로 치유해 온 6년의 시간이 50여 점에 고스란히 담겼다.
이씨는 “전문가의 손길이 아니기에 투박하거나 금이 간 작품도 있지만, 그 틈새와 균열마저 생명을 잇고자 했던 간절한 마음의 흔적”이라며 “엄마의 깊은 사랑이 담긴 이 작품들이 슬픔과 아픔을 견디며 살아가는 이웃들에게 따스한 위로의 등불이 되길 바란다”고 말했다.
어머니의 품을 따스한 봄날 같은 안식처로 형상화한 ‘품 안의 봄’, 텅 빈 가슴에 품은 십자가로 내일을 살아갈 용기를 얻는 ‘내 안의 빛’ 등에서 아들을 향한 그리움과 상처 입은 세상을 위한 기도가 느껴진다.
이지연(엘리사벳)씨가 아들을 잃은 슬픔의 수렁에서 빚은 치유의 흔적들.
이씨는 “처음에는 ‘왜 나한테 이런 일이 생기나’ 무척 힘들었지만, 사동본당 신자분들이 많이 기도해주셨고, 견딜 수 있는 시련을 주셨다면 견뎌내서 무언가 하라는 메시지로 생각했다”며 “세월호와 이태원 참사 등 안타까운 재난 속에서 자식을 잃은 부모들에게 작은 위로를 건넬 수 있길 바란다”고 전했다.
이번 전시는 서울 명동 갤러리 1898 제3전시실에서 29일까지 열린다. 매일 오전 10시~오후 6시 무료로 관람할 수 있다. 21일 오후 2시 열린 추모식에서는 같은 아픔이 반복되지 않기를 바라는 다짐도 함께 나눴다. 정군의 가족은 정유엽희망대책위원회, 좋은공공병원만들기운동본부 등과 함께 의료공백으로 인한 안타까운 피해를 막기 위해 지속적으로 공공의료 강화를 호소하고 있다. 이번에 전시된 작품들도 병원 등에 기증해 작게나마 또 다른 아픔의 무게를 나눠 지고자 한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