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026년 4월 7일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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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성미술 산책] 렘브란트 <아브라함의 희생>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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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빛과 암흑의 마술사’라 불리는 17세기 바로크의 거장 렘브란트 반 레인은 <돌아온 탕아>, <야간 순찰> 등의 걸작을 남겼습니다. 평생 650여 점에 달하는 유화 작품과 더불어 흑백의 극적 대비와 섬세한 표현이 매력적인 동판화, 즉 ‘에칭’을 많이 제작했지요. 


다룬 주제 또한 자화상, 사랑하는 부인 사스키아, 초상화, 풍경화 등 다양한데, 그중에서도 성경 주제의 작품이 많습니다. 그의 부친은 신교인 칼뱅주의자였던 반면, 어머니는 독실한 가톨릭신자였는데, 특히 모친의 영향을 많이 받은 것으로 전해집니다.


<아브라함의 희생> 역시 동판화 작품으로 ‘신앙의 선조 아브라함’의 가장 극적인 이야기를 담고 있습니다. 하느님은 고령인 그에게 귀한 아들 이사악을 허락하셨고, 그를 제물로 바치라는 가혹한 명령을 내리셨습니다. 놀랍게도 하느님의 뜻에 무조건 복종한 아브라함은 이사악을 데리고 산에 올랐습니다. 땔감이 널브러져 있는 흙바닥에 무릎을 꿇고 허리를 굽힌 이사악이 운명의 순간을 기다리는 긴장감 넘치는 순간입니다.


일반적으로 본 에피소드의 초점은 아브라함의 굳은 신앙과 희생에만 맞춰지는데, 저는 이사악 역시 찬사를 받아 마땅하지 않을까 생각합니다. 이사악은 자신에게 닥칠 일을 알았음에도 불구하고 하느님의 뜻에 순순히 따른 것이 아닐까요. 


차마 이 잔인한 광경을 지켜보게 둘 수는 없었던 아브라함이 그의 큰 손으로 사랑하는 아들의 두 눈을 가리고 단도로 내리치려는 바로 그 순간, 우측의 하늘에서 급히 날아든 천사가 아브라함의 손목을 잡아 저지합니다. 이사악의 죽음은 하느님의 뜻이 아니었습니다. 화면 좌측의 어둠은 우리가 사는 무질서한 세상이자 어두운 마음, 우측에서 쏟아지는 강렬한 빛줄기는 이 세상을 환히 비추는 생명, 희망 그리고 영생을 의미합니다.


“내 영혼을 풍요롭게 하려면 명예가 아닌 자유를 찾아야 한다”고 외친 렘브란트. 한때 최고의 부와 명예, 사랑 등 지상에서 누릴 수 있는 모든 것을 차지했지만, 그 행복은 영원히 지속되지 않았습니다. 


결국 그는 고객의 취향은 아랑곳하지 않고, 자신의 철학과 신념에 따라 진실된 이미지를 찾는 외롭고 좁은 길을 걸었습니다. 진정한 자유는 자신의 소신대로 올곧게 사는 것, 그는 고통 속에서 허우적거리는 데 그치지 않고 암흑에 묻힌 생명의 빛을 찾기에 이르렀습니다.


하느님의 뜻에 대한 무조건적 순종, 바로 ‘자기 비움’이 진정한 자유로의 길입니다.



글 _ 박혜원 소피아(서울가톨릭미술가회 회장)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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가톨릭신문 2026-04-07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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