우리나라에는 소나타·포르테·론도·카덴차·프레스토·엑셀 등 음악의 표기법을 차용한 차종이 제법 있다. 소형 트럭의 대명사처럼 쓰이는 봉고 역시 악기 이름을 빌렸다. 유독 한국 자동차에 음악 관련 명칭이 많은 것은 아마도 국민적인 특성이 아닐까 한다. 덕분에 온 국민이 음악 용어에 익숙해졌다는 순기능도 있으니 감사할 노릇이다. 이 칼럼의 오랜 독자라면 안단테·알레그로·비바체 등 귀에 익은 음악 표기법이 단순히 빠르기를 뜻하는 것이 아니라, 음악의 성격까지 규정한다는 이야기를 익히 들었을 것이다. 안단테는 느리다는 의미지만 ‘산책하듯’ 걷는 여유로움에 가깝고, 비바체는 ‘서두른다’는 의미를 지닌다. 프레스토는 ‘매우 빠르게’라는 뜻이지만, 비바체보다 덜 서두르며 정열적이고 힘찬 성격을 내포한다. 가볍고 민첩한 빠르기를 표현하고자 한다면 프레스토보다는 비바체가 의미와 충돌하지 않는다.
고백하자면 젊은 시절에는 빠른 템포의 곡을 선호했다. 속도감 있고 힘차며 경쾌한 음악을 들을 때 활력과 흥분을 느꼈고, 무엇보다 재미가 있었다. 반면 느린 악장을 들으면 자꾸 다른 생각이 떠올라 지루하고 답답하게 느껴졌다. 클래식뿐 아니라 대중음악도 마찬가지였다. 젊었을 때 트로트는 그다지 듣고 싶은 장르가 아니었다. 부모님이나 친척 어른들이 시도 때도 없이 틀어놓던 구슬픈 가락이 마음에 와닿을 시기가 아니었던 것이다.
그러나 점점 느린 음악에 관심이 간다. 느린 악장을 들으며 혼자만의 생각에 잠기는 일도 그리 나쁘지 않다는 사실을 어느 순간 깨닫게 되었다. 특히 좋아하게 된 느린 악장은 아다지오다. 안단테는 느리지만 경쾌하고, 라르고나 렌토는 너무 비장하다. 어떤 작곡가의 작품이든 아다지오에는 극한의 아름다움과 장중함, 그리고 사려 깊음이 담겨 있다. 직접 작곡을 공부하고 곡을 써보니, 아다지오만큼 쓰기 어려운 악장도 드물다는 생각이 든다. 진솔하게 자신을 드러내야 하는, 투명한 빠르기가 바로 아다지오다.
가장 사랑하는 아다지오는 말러 교향곡 5번의 제4악장 아다지에토다. ‘아다지오보다 약간 가볍다’는 뜻을 지닌 이 악장을 처음 들었을 때의 충격을 잊을 수 없다. 숨 쉬는 순간마저 아름답다는 표현처럼 곡을 듣는 모든 시간이 경이와 사랑으로 충만하다. 이 곡은 작곡가 말러가 아내 알마에게 보낸 사랑의 편지였지만, 비스콘티의 영화 ‘베니스에서의 죽음’ 이후 장례 음악으로 자주 연주되기 시작했다. 특히 존 F. 케네디 대통령의 장례식에서 연주되며 그런 인식은 더욱 굳어졌다. 장례식에서 연주되는 작품은 대체로 매우 느리게 연주되지만, 사실 아다지에토는 아다지오보다 훨씬 서정적으로, 그리고 조금 더 빠르게 연주되어야 한다.
//youtu.be/Gsl0t6qFie0?si=tvfhpzq6yKrYm49H
라흐마니노프 교향곡 2번 아다지오 역시 아름다움을 논하자면 단연 으뜸에 오를 수 있는 작품이다. 눈 덮인 설경을 외롭게 바라보며 오두막 난롯불 옆에 앉아 있는 사람을 떠올려보라. 이 서정 가득한 느린 악장은 듣는 이에게 극도의 카타르시스를 선사한다. 행복을 초월한 그 무엇인가가 아다지오 안에 있다.
//youtu.be/ulCn9LokbTY?si=o3_UirJ1UsrTWfbi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