한국순교복자성직수도회·르망교구·파리외방전교회 주관

병인박해 160주년을 맞아 한국순교복자성직수도회·프랑스 르망교구·파리외방전교회가 순교자들의 정신을 기리는 뜻깊은 행사를 프랑스 현지에서 마련한다.
병인박해는 한국 천주교 역사에서 가장 혹독했던 시련의 시기로, 수많은 신앙 선조가 목숨을 바쳐 믿음을 증거했던 역사적 사건이다. 흥선대원군이 섭정하던 고종 3년(1866)에 시작된 병인박해는 1873년 고종이 직접 정치에 나설 때까지 이어졌고, 전국적으로 5000~8000명의 신자가 희생된 것으로 알려졌다. 이 가운데 성직자 및 평신도 24명이 성인품에 올랐다.
이번 기념행사는 신앙 선조들의 희생과 믿음을 오늘의 삶 속에서 되새기고 신앙 유산을 다음 세대에 전하며, 선교사들을 파견하여 자생적으로 출발한 조선 천주교회가 성장할 수 있도록 도와준 프랑스 교회와 우정을 나누는 자리로 기획됐다. 프랑스 현지에서 현양 미사, 영화 상영 및 기념 연주회 등 다채로운 행사를 마련할 예정이다.
특히 이번 행사는 1866년 새남터에서 순교한 성 베르뇌 시메온(St. Berneux Simeon, 한국명 장경일) 주교의 고향이며 한국순교복자성직수도회 선교사들이 파견돼 활동 중인 프랑스 르망교구를 중심으로 열린다. 제4대 조선대목구장으로 1856년 입국한 베르뇌 주교는 얼굴을 가리기 위해 상복을 입고 전국을 누비며 교우들을 만났고, 수시로 파리외방전교회 본부에 선교사 파견을 요청했다. 각종 기도서와 교리서를 번역 출판하는 일에도 힘썼다.
윤영선 작 '성 베르뇌 시메온'. 가톨릭평화신문 DB
성인의 뜻을 기리기 위해 먼저 베르뇌 주교가 세례를 받았던 샤토 뒤 루아르(Château du Loir) 성당에서 5월 31일 현양 미사가 봉헌된다. 르망교구장 쟝 피에르 뷔이엥 주교와 한국순교복자성직수도회 총장 백남일 신부 및 사제단 공동 집전으로 거행될 예정이다. 이어 샤토 뒤 루아르의 성 강갈루아 성당과 르망 시내 노트르담 뒤 프레 성당에서 각각 5월 31일과 6월 2일 음악회가 열린다. 6월 4일에는 파리에 있는 파리외방전교회 총 본부에서도 개최된다.
이번 연주회를 맡은 Suono Basso(수오노 바쏘) 앙상블은 오르가니스트 채희영(아기 예수의 데레사)씨와 비올로네 연주자 문정희(루치아)씨가 2024년에 결성한 단체로, 특별히 바로크 음악에서 저음의 울림과 깊이를 탐구한다. 비올로네의 자연스러운 울림과 오르간의 지속음은 깊고 안정된 저음으로 전례 공간을 채운다. 이번 공연에서도 바흐·비버·비발디 등 바로크를 대표하는 작곡가들의 다채로운 레퍼토리와 다양한 악기 편성으로 경건한 감동을 선사할 예정이다.
기획에 참여한 안종배(서울대교구 대치4동본당 주임) 신부는 “이번 순교자 현양대회는 일회적인 행사를 넘어 ‘순교자들에 대한 기억과 감사, 그리고 현양’이라는 의미를 담고 있으며, 신앙 선조들의 순교 정신을 되새김으로써 이 시대 신앙인들에게 희망의 메시지와 주어진 사명을 다시금 일깨우는 계기가 되기를 기대한다”고 말했다.
윤하정 기자 monica@cpbc.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