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026년 4월 30일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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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신앙 속 예술, 예술 속 신앙] 〈하늘의 성인들이여 오소서〉와 브뤼허 성 요한 병원(하)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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성 요한 병원을 묘사한 그림을 다시 떠올려본다. 한쪽에서는 사제가 병자 성사를 집전하고 다른 쪽에서는 수녀가 막 숨을 거둔 이를 위해 기도한다. 여기서 배경음처럼 한 성가가 들려온다. 〈하늘의 성인들이여 오소서〉. 이 노래는 죽음의 문턱을 넘은 이를 성인들과 천사들이 맞아들이도록 청하는 화답송(Responsorium)이다. 장례미사 고별식에서 시신에 성수를 뿌리고 분향할 때 고별 노래로 쓰인다. 초입은 이렇게 시작한다.


“하늘의 성인들이여, 오소서.(Subvenite, Sancti Dei) 주님의 천사들이여, 마주 오소서.(occurrite, Angeli Domini) 이 교우를 받아 지극히 높으신 하느님 앞에 바치소서.(Suscipientes animam eius, Offerentes eam in conspectu Altissimi)”


성 요한 병원은 병자와 순례자, 가난한 이가 머물던 곳이었고, 돌봄은 치료만이 아니라 기도와 전례, 임종 동반까지 포함했다. 치유할 수 없는 이들, 전염병으로 죽어가는 자, 순례 중 쓰러진 이들을 위한 공간. 이것이 병원이 오랫동안 수행해 온 호스피스 역할이었다.


이 계보를 더 멀리 끌어올 수 있다. 4세기 카파도키아의 성 바실리우스가 세운 바실레이아는 가난한 이, 병자, 여행자를 위한 복합 시설이었고, 당시 사회에서 가장 배척받던 한센인들을 위한 시설 켈루포코메이온(keluphokomeion)까지 있었다.



나지안즈의 성 그레고리오는 친구 바실리우스를 위한 추도 연설에서 한센인들에 대해 이렇게 말한다. “죽음 이전에 이미 죽었으며, 몸 대부분이 이미 사라져 버렸다. 도시에서, 집에서, 공공장소에서, 물을 얻을 수 있는 수원지에서, 심지어 가장 친한 벗들에게서 쫓겨난 사람들.”(「대 바실리우스 추도연설」 Oration 43)


바실리우스 공동체의 급진적인 면은 이처럼 혐오 받는 계층에 대한 포용에 있었다. 불치병이나 말기 환자들에게 관심을 쏟는 것은 당시 의료 상황에서는 거의 전례가 없던 일이다. 호스피스 개념과 전인적 돌봄의 시작이다. 성 요한 병원 역시 그 전통을 충실히 잇는 기관이었다.


이곳이 소장하고 있는, 화가 한스 멤링의 역작 〈성 우르술라의 성유물함〉이나 아폴로니아의 어금니 같은 성 유해들도 장소의 정체성과 연계되어 있다. 병자들은 각자 앓는 질병에 따라 성인에게 치유를 청원했다. 성 로코는 흑사병, 성 아폴로니아는 치통, 성 고르넬리오는 간질·발작, 성 루치아는 안질, 성 우르술라는 급작스러운 죽음으로부터 환자를 수호하는 역할을 했고, 성인들에 대한 전구는 적극적으로 이뤄졌다.



성 요한 병원이 소장한 〈해골을 든 수녀의 초상〉은 인상적이다. 그리스도교 미술에서 해골은 ‘죽음을 기억하라(memento mori)’의 표지였다. 수도자의 손에 들린 해골은 헛됨과 무상함을 상징하는 바니타스(vanitas) 정물화 소품과는 조금 다르다. 죽어가는 이들 곁에 있었던 이들이 쥔 해골은, 추상적 상징이 아니라 그들이 매일 실제로 마주하는 죽음 자체였기 때문이다.


〈애덕이 있는 곳에〉가 가장 낮은 자리에서 타인을 씻기고 안는 찬가였다면, 〈하늘의 성인들이여 오소서〉는 사랑이 죽음 앞에서도 물러서지 않음을 들려준다. 전자가 산 이를 위한 애덕이라면, 후자는 떠나는 자를 위한 환대다. 병원은 두 노래가 한 곳에서 만났던 공간이다. 병자는 치료받았고, 가난한 이는 의탁할 곳을 얻었으며, 죽어가는 이는 홀로 버려지지 않았다. 카리타스는 생명을 돌보는 일에만 머물지 않았다. 죽음마저 품어 안는 환대로 완성되었다.



글 _ 박찬이 율리아나(음악 칼럼니스트)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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가톨릭신문 2026-04-28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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