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천주교와 왕실의 화해, 전시로 피어나다

의왕비가 수녀회에 기증한 유물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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의왕이 착용했던 원유관(왼쪽)과 단령(오른쪽).

 


‘안동별궁, 시간의 겹’ 개막

서울공예박물관서 무료 전시



오륜대한국순교자박물관과 서울공예박물관의 협력전 ‘안동별궁, 시간의 겹’이 최근 개막했다.

대한제국의 마지막 황제인 순종과 순정효황후 가례 120주년을 기념하는 이번 전시는 지금의 서울공예박물관이 자리한 안동별궁 터에서 가례를 올린 순종 부부와 이곳에서 말년을 보낸 의왕 부부의 황실 복식 유물을 조명한다.

안동별궁은 세종대왕이 아들 영응대군의 집을 지은 것을 시작으로 고종황제가 순종의 혼례를 치르기 위해 마련한 별궁에 이르기까지, 조선 왕실의 공주와 왕자들의 주거지이자 가례를 위한 장소였다. 이후 별궁은 격동의 근현대사와 함께 해체되었고, 그 자리에 들어섰던 옛 풍문여고 건물을 개조해 지금의 박물관이 조성됐다.

 

 

'의왕영왕책봉의궤', 1900, 보물.

 


이번 전시회에는 국가 보물로 지정된 ‘의왕영왕책봉의궤’와 ‘추봉책봉의궤’를 비롯해 순정효황후와 의왕비가 착용했던 복식·장신구 등이 대거 소개되고 있다.

고종은 1900년 대한제국 황실의 권위를 높이기 위해 아들 이강과 이은을 각각 의왕과 영왕으로 책봉했다. ‘의왕영왕책봉의궤’는 이 의식의 전 과정을 기록하고 있으며, 사용된 공예품 제작 양상도 보여준다. 전시에서는 의왕이 착용한 ‘원유관’도 확인할 수 있다. 현전하는 유일한 원유관 유물로, 지난 2013년 국가민속문화유산 지정 과정에서 선보인 이후 이번에 처음으로 공개됐다. 다만 훼손을 막기 위해 지금은 복제품으로 교체해 전시하고 있다. 이밖에 순정효황후가 착용했던 당의와 남바위, 의왕비가 간직해온 각종 꽂이와 비녀 등을 통해서도 황실 복식의 품위와 멋을 확인할 수 있다.

 

 

1955년 가회동성당에서 세례 받는 의왕비 김덕수(마리아).

 


이번 전시가 가능했던 것은 말년에 입교한 의왕비 김덕수(마리아, 1878~1964)가 한국순교복자수녀회에 대한제국의 복식 유물을 대거 기증했기 때문이다. 1955년 임종을 앞두고 서울대교구 가회동성당에서 세례를 받은 의왕(비오)은 선조들의 천주교 탄압에 대한 속죄의 뜻을 밝힌 것으로 전해진다. 또 의왕비는 수녀회의 활동에 공감해 일제강점기와 6·25전쟁을 거치며 어려운 상황에서도 간직해온 황실 유물들을 1953~1956년에 걸쳐 기증했다. 조선 후기 박해로 갈등을 겪었던 가톨릭과 왕실 간 의미 있는 화해인 셈이다.
 

 

의왕비 김덕수(마리아)의 세례기록부.

 


전시에서는 70대 중반의 의왕비가 가회동성당에서 세례를 받는 모습과 세례기록부, 한국순교복자수녀회 청파동 정원에서 수녀들과 찍은 사진도 확인할 수 있다. 의왕비의 세례대모로 가톨릭과의 다리 역할을 한 재속복자회 소속 이복흥(우르슬라)의 모습도 있다.

오륜대한국순교자박물관 관장 고성아 수녀는 “한국순교복자수녀회는 우리나라 최초의 한국인 설립 수도회로, 설립자인 ‘하느님의 종’ 방유룡 신부님은 ‘우리나라 민족문화 발전에 공헌한다’는 창설 이념을 강조했다”며 “이에 교회사 연구와 순교자 유물 수집에 그치지 않고, 문화재 수집 및 보존 개념이 희박했던 초창기부터 전국을 돌아다니며 민족문화유산을 모아왔다”고 말했다.

 

 

의왕비 세례대모 이복흥(왼쪽 위), 의왕비와 이복흥 및 한국순교복자수녀회 수녀들(왼쪽 아래), 한국순교복자수녀회 청파동 정원을 거니는 의왕비와 마뗄 윤병현 수녀(오른쪽).

 


전시는 서울 세계청년대회가 진행되는 내년 8월 29일까지 종로구 안국동 서울공예박물관에서 무료로 관람할 수 있다. 중간에 일부 유물은 교체될 예정이다. 23일에는 ‘황실의 삶, 유물이 되다’를 주제로 오륜대한국순교자박물관 학예연구사 유 아녜스 수녀의 강좌도 열린다.

한편 부산에 위치했던 오륜대한국순교자박물관은 경기도 용인으로 이전을 추진하고 있다.

윤하정 기자 monica@cpbc.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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가톨릭평화신문 2026-05-13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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