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찬미받으소서 주간(17~24일)’을 맞아 핵 없는 세상을 꿈꾸는 그리스도인들이 서울 도심에서 신규 핵발전소 건설 반대를 천명했다. 천주교창조보전연대와 가톨릭기후행동은 22일 광화문 네거리에서 ‘금요 기후행동’ 시위를 펼친 데 이어, 세종문화회관 계단 앞에서 핵발전소 반대 시국 미사를 거행했다.
천주교창조보전연대 대표 양기석(수원교구 생태환경위원장) 신부는 강론에서 “후쿠시마 사고 이후 15년이 지났지만, 사업체들이 얽힌 ‘핵 카르텔’을 깨지 못해 정부가 핵발전소를 포기하지 못하고 있다”며 “아무 문제가 생기지 않을 거라고 안일하게 생각하는 듯하다”고 비판했다.
이어 “상당수 국가가 핵을 포기하는 이유는 사고가 안 나더라도 발전소에서 발생하는 맹독성 쓰레기인 고준위 핵폐기물 처리 능력이 없기 때문”이라며 “우리나라는 처리장 건설에 필수적인 거대한 통암반 지대가 서울 인왕산·관악산 정도가 전부인 현실”이라고 지적했다.
국제적 탈핵 흐름에 역행하는 우리 현실도 꼬집었다. 양 신부는 “세계 200여 개국 중 단 31개국만 원전을 가동 중이며, 신규 건설 국가는 한국·중국·일본 등 극소수”라며 “독일은 2023년 핵발전소를 모두 폐쇄했고 세계 재생에너지 전력 비중은 평균 40를 넘었지만, 한국은 폐기물 소각을 포함해도 10가 채 안 된다”고 말했다.
특히 자본 논리에 따라 원전이 외면받는 미국 상황을 강조했다. 양 신부는 “180억 달러로 예상했던 신규 원전 건설비가 350억 달러로 치솟아 자본 시장이 더 이상 핵발전에 돈을 대지 않는다”며 “미국이 인공지능(AI) 센터 건설 등으로 인한 전력 수요 폭증으로 대거 갖추기로 한 신규 설비의 99.2가 재생에너지이고 핵발전 비율은 0다. 이는 재생에너지가 훨씬 경제적이라는 판단을 내린 것”이라면서 생명 중심의 삶과 탈핵 운동에 대한 지속적 관심을 당부했다.
임현호(서울대교구 환경사목위원회 부위원장) 신부가 공동집전한 미사에는 수도자와 재속프란치스코 회원 등 약 70명이 참여했다. 재속회원 장정희(아기 예수의 데레사, 서울대교구 홍제동본당)씨는 “손주들에게 더 나은 세상을 물려주기 위해 금요 기후행동과 미사에 처음 동참했는데 보람차다. 꾸준히 활동하겠다”고 밝혔다.
이튿날인 23일 서울 명동 가톨릭회관에서는 주교회의 생태환경위원회 위원장 박현동 아빠스 주례로 프란치스코 교황 생태 회칙 「찬미받으소서」 반포 11주년 기념미사가 봉헌됐다. 참여자들은 이후 명동 일대에서 기후위기 대응 촉구 행진을 펼쳤다. 보편 교회는 매년 회칙 인준일(5월 24일) 전후를 ‘찬미받으소서 주간’으로 지내고 있다.
이학주 기자 goldenmouth@cpbc.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