머리에 두건을 쓴 나이 지긋한 턱수염의 남성이 더 이상 생명의 기운이 느껴지지 않는 남성을 조심스레 부축하고, 양옆에는 두 명의 여성이 있습니다. 여기 ‘S자’로 힘없이 축 늘어진 남성은 십자가에서 내려진 예수 그리스도, 우측에서 죽은 아들을 떠받는 성모 그리고 좌측에 자그마한 체구를 한 젊은 여성은 마리아 막달레나로 추정됩니다.
그렇다면 맨 뒤에 두건을 쓴 남성의 정체가 궁금합니다. 아리마테아 사람 요셉이라는 주장도 있지만, 일반적으로 ‘니코데모’로 알려져 있습니다. 바리사이파 그리고 유다 최고 의회인 산헤드린의 의원으로 학식 있는 종교 지도자지요. 그는 아리마테아 사람 요셉과 함께 그리스도 매장을 도운 자입니다.
서구 중세 시대부터 널리 다뤄진 ‘자비’, ‘연민’의 뜻을 가진 <피에타(piet?)>상, 그중에서 가장 유명한 성 베드로 대성당의 <피에타>(1498~1499년)는 이탈리아 르네상스 전성기의 거장 미켈란젤로가 청년 때 만든 작품으로, 성모가 무릎 위에 아들 예수를 안고 비통해하는 장면을 절제되면서도 이상적인 모습으로 표현한 걸작입니다.
한편 지금 소개하는 <피에타>는 피렌체 두오모 대성당 뒤에 위치한 ‘두오모 미술관’ 소장품입니다. 성 베드로 대성당의 <피에타>를 제작하고 무려 50여 년 후 미켈란젤로가 70대 초반에서 80세까지 7~8년간 혼신을 다해 제작했습니다.
그런데 예수의 모습이 이상합니다. 상반신이 하반신보다 훨씬 비대하고 양팔이 너무 길게 표현된 반면 하반신의 다리는 너무 앙상한 것입니다. 완벽한 기술적 표현력을 가진 미켈란젤로가 인체 비례를 무시한 과장된 표현을 한 것은 이제 명줄이 끊긴 상태의 예수를 표현하기 위한 것이지요.
더군다나 성모의 모습이 너무 거칠어 이목구비가 잘 보이지도 않는 것은 미완성이기 때문이기도 하지만 모든 것의 근원, 바탕임을 드러냅니다. 거칠고 모든 것을 품는 대지입니다.
그리고 여기 숨은 감동은 바로 니코데모에 있는데, 바로 미켈란젤로 자신의 모습으로 표현한 것입니다! 깊은 신심의 소유자인 미켈란젤로는 손수 예수의 차디찬 시신을 묻어 드리고픈 마음을 표현한 것입니다. 자신이 묻힐 성당의 제단 발치에 설치하기 위해 제작한 이 <피에타>는 그의 절절한 신앙고백입니다.
“내가 사랑하고 찬미하는 세상의 모든 아름다움을 증오하게 하소서. 그리하여 내가 죽기 전에 영생을 얻을 수 있도록…”
글 _ 박혜원 소피아(서울가톨릭미술가회 회장)