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026년 6월 2일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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왼손으로 다시 잡은 붓, 아내가 이끈 신앙

오태학·김영지 부부 초대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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오태학·김영지 부부 초대전 '생명의 빛으로' 전경.


지본암채화 새 장 연 오 화백

미공개 수묵화 26점 첫 공개


남편 곁 지키며 기도 속 피워낸

김 작가의 들꽃 그림 한자리에



‘생명의 빛으로’ 전이 서울 서초구 흰물결갤러리에서 열리고 있다. 오태학(프란치스코, 1938~2024)·김영지(에바, 72) 부부 초대전이다.

홍익대와 동 대학원에서 동양화를 전공한 오태학 화백은 재학시절인 1960년 대한민국미술전람회 특선, 이듬해 최연소 문교부장관상을 받으며 이른 나이부터 내내 화제의 중심에 있었다. 운보 김기창(베드로) 화백의 첫 번째 제자로, 천경자(데레사) 선생에게서 채색을, 청전 이상범 선생에게서 산수를 배워 동양화와 서양화, 전통과 현대를 오가는 특색 있는 작품 활동을 해왔다. 특히 1980년대부터 바위나 돌에서 뽑아낸 천연색 분말로 지본암채화를 그려 한국 미술의 새로운 장을 열었다. 중앙대 한국화 교수로 후학을 양성하며 부총장을 역임하기도 했다. 1999년 뇌출혈로 오른쪽이 마비돼 작품 활동을 포기하려 했으나, 그림에 대한 열망과 아내의 헌신적인 보살핌으로 운보 선생 1주기 추모 전시회에 왼손으로 그린 첫 작품을 선보이기도 했다.

 
오태학 작 ‘천렵川獵’
 
오태학 작 ‘어은도’


수도여자사범대(현 세종대) 회화과 재학 중 당시 강사이던 오태학 선생을 만나 부부의 연을 맺은 김영지 작가는 생명력 강한 야생화와 들꽃, 주위의 꾸밈없는 아름다움을 정갈하게 그려왔다. 거동이 불편해진 남편 곁을 지키면서부터는 야외 스케치가 어려워져 집 마당에 금낭화·상사화·달개비·방울꽃 등을 심어 그 강한 생명력을 화폭에 담았다. 주로 밤이나 새벽 시간에 기도와 함께 그린 그림에는 삶에 대한 긍정과 감사의 마음이 엿보인다.

실제로 부부는 오랜 투병과 병수발로 지쳐가던 중에 세례를 받았다. 치료를 담당했던 병원장이 세례를 권했고, 몸이 불편해 교리 공부를 힘들어하는 오 화백을 “당신이 떠난 뒤에도 당신을 위해 기도하고 싶다”며 김 작가가 붙들었다. 그렇게 부부는 프란치스코와 에바라는 이름으로 그림에 이어 신앙의 길에 함께 들어섰다.

 
김영지 작 ‘소만小滿’
 
김영지 작 ‘사랑의 시작’


이번 전시에서는 오 화백의 지본암채화 등 14점, 생전 미공개 수묵화 26점을 선보인다. 오 화백의 수묵채색화가 한자리에 이렇게 많이 소개된 것은 이번이 처음이다. 맑고 화사한 채색이 돋보이는 김 작가의 그림 30점도 함께 만날 수 있다. 서로 다른 듯하지만 담담하면서도 산뜻하고 명료하면서도 강렬한 이들 작품에서 연약하면서도 강인한 저마다의 생명력이 느껴진다.

흰물결아트센터 윤학(미카엘) 대표는 “오태학 선생의 진가는 ‘내 세계를 보여줄 수 있다고 자신할 때 해도 늦지 않다’며 마흔 살 후반이 되도록 개인전을 미루며 스스로를 그림에 녹여내고자 한 신념”이라며 “오 선생을 평생 스승이자 동지, 남편으로 함께한 김영지 화가는 이제 ‘자연 속에 그가 들어가고 자연이 그 속에 녹아들도록’ 그림을 그리고 있다”고 말했다.

전시는 24일까지 주일과 공휴일을 제외하고 매일 오전 11시~오후 7시(토요일은 오후 6시) 무료로 관람할 수 있다. 문의: 02-536-8641


윤하정 기자 monica@cpbc.co.kr

사진 제공=흰물결갤러리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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가톨릭평화신문 2026-06-02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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