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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성미술 산책] 마르크 샤갈 <에펠탑의 신랑 신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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러시아의 유다인 집성촌 마을이 있는 ‘비테브스크(Vitebsk)’. 이 작은 마을이 세상에 널리 알려진 것은 오로지 대가 마르크 샤갈(Marc Chagall, 1887~1985) 덕분입니다.


사랑을 속삭이는 연인들, 꽃다발, 에펠탑, 서커스, 수탉, 염소, 물고기 등 모두 평화롭게 하늘을 나는 장면은 마치 꿈속을 보는 듯 행복한 모습입니다.


이처럼 종교와 무관해 보이는 환상적인 화면들은 유다교의 특별한 영성인 ‘하시디즘(Hassidism)’에 기반한 것으로, 이는 18세기 폴란드, 우크라이나 등지에서 동유럽 게토 출신인 바알 셈 토브(Baal Shem Tov)를 중심으로 발달한 범신론(汎神論)에 가까운 신비적인 신앙부흥운동입니다.


고통 속에 사는 가난한 이들에게 위안을 준 일종의 민중 종교 하시디즘에서 ‘영원’은 단순한 동경이 아닌 ‘실재’로, 저세상과 이 세상은 서로 연결되고 지속적으로 접해 있을 뿐만 아니라 차별 없이 어우러져 행복합니다. 그의 그림에서 하늘, 땅, 바다의 공간 및 시간개념, 신분의 높고 낮음 등을 초월하여 환상적으로 표현된 이유입니다.


하지만 현실은 히틀러가 등극하여 반유다주의가 기승을 부리던 공포스러운 분위기가 지배하고 있었습니다. 샤갈은 그 암흑 안에서 ‘희망’을 찾았습니다.


<에펠탑의 신랑 신부>에서는 그가 자유를 찾아 정착한 파리에서의 행복한 모습을 담고 있습니다. 화면 중앙에 우뚝 서 있는 푸른 에펠탑을 중심으로 순백의 웨딩드레스를 입은 아름다운 신부와 그녀를 안은 신랑이 수탉을 타고 하늘을 날고 있고, 이들 사이에 있는 작은 천사가 바이올린을 연주합니다. 우측에는 무성한 푸른 나무 한 그루가 바람에 휘날리며 춤을 추고, 그 아래에는 마치 꿈속의 한 장면같이 아득해 보이는 고향 비테브스크 모습이 펼쳐집니다.


나무 위에는 손에 연애편지를 들고 있는 듯 보이는 우편배달부가, 그리고 그 아래에는 염소와 바이올린이 결합된 듯한 생명체가 손에 활을 들고 있습니다. 에펠탑 옆으로 강렬하게 이글거리는 태양이 있고, 한쪽 날개가 빛에 물든 듯 보이는 천사가 손에 꽃다발을 들고 하늘로 날아오릅니다. 태양 아래에는 샤갈의 평생 연인이자 아내인 벨라(Bella)와의 행복한 결혼식 장면이 펼쳐집니다.


우리 모두에게 주어진 삶이라는 귀한 선물, 하지만 인생은 결코 사랑과 행복의 순간만을 제공해 주지 않습니다. 샤갈이 처했던 현실 역시 밝기만 하지 않았지만, 그는 어둠에서 빛을 포착하고 희망을 노래하는 길을 선택했습니다. 그의 그림들이 우리를 행복하게 해주는 이유입니다.



글 _ 박혜원 소피아(서울가톨릭미술가회 회장)


황혜원 기자 hhw@catimes.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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가톨릭신문 2026-06-17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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