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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신앙 속 예술, 예술 속 신앙] 〈빈 자리-예수 성심의 노래〉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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1610년, 프란치스코 살레시오 성인은 샹탈 남작 부인에게 보낸 편지에서 이렇게 쓴다. “우리는 더 이상 우리 자신 안에만 머물지 않고, 주님의 상처 입은 옆구리에서 영원히 살아갈 것입니다.” 훗날 파레 르 모니알의 성모 마리아 방문 봉쇄 수녀회에서 예수 성심 신심이 꽃피게 된 배경에는, 창설자 살레시오 성인의 성심에 대한 깊은 신심이 있었다.


성녀 마르가리타 마리아 알라코크(Margarita Maria Alacoque, 1647~1690)는 바로 이 수도회 소속이었다. 그녀는 1670년대 파레 르 모니알에서 예수 성심의 환시를 보았다. 의심과 오해를 받던 성녀의 체험은, 지도 사제였던 예수회원 성 클로드 라 콜롱비에르(Claude La Colombi?re, 1641~1682)의 지지로 힘을 얻게 된다. 라 콜롱비에르는 성녀를 옹호하면서 그의 발현 이야기와 예수 성심 신심을 전하기 시작했다.


파레 르 모니알의 성 클로드 드 라 콜롱비에르 성당 제대 뒤 모자이크는 이를 압축한다. 중앙에 불꽃처럼 타오르는 예수님과 성심이 있고, 그 곁에 성모와 성 프란치스코 살레시오가 자리한다. 왼쪽은 마르가리타 마리아 알라코크와 수녀들, 오른쪽에는 라 콜롱비에르와 예수회원들이 서 있다.


모자이크 아래 문구도 인상적이다. 성모 마리아 방문 봉쇄 수녀회 딸들에게는 성심을 알리고 사랑하며 나누는 일이 부여되었고, 예수회 사제들에게는 그 유익과 가치를 보이고 알리는 일이 맡겨졌다는 내용이다. 이처럼, 예수 성심은 개인의 내적 경험을 넘어 수도회의 기억이 되고, 영적 식별과 확산을 거쳐 교회의 언어가 되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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성심은 오늘날에도 새로운 음악 속에서 되살아난다. 필리핀 예수회원 조니 고 신부가 가사를 쓰고 마놀링 프란시스코 신부가 작곡한 〈빈 자리(Empty Space)〉는 ‘예수 성심의 노래(A song of the Sacred Heart of Jesus)’라는 부제를 갖고 있다. 이 곡은 인간 내면의 빈 자리와 숨은 상처를 향해 말을 건네는 그리스도를 노래한다. “너를 위해 타오르는 이 마음, 네가 알아만 준다면. 너는 내 그리운 마음의 잃어버린 한 조각. 너를 되찾는 그날까지 나는 네 곁에 머무르리라.”


또 한 명의 예수회원, 프란치스코 교황 역시 예수 성심을 집대성한 아름다운 문헌을 남겼다. 회칙 「그리스도께서 우리를 사랑하셨습니다(Dilexit nos)」는 방대한 예수 성심에 대한 신학과 신심 흐름을 집약한다. 교황은 그중 일부를 ‘예수회 안에서의 반향’에 할애하며, 이냐시오 데 로욜라 성인의 「영신수련」이 그리스도의 마음을 깊이 알고 사랑하도록 이끄는 여정임을 지목한다. 그 정점은 모든 선의 근원이자 원천이신 성심께 감사와 봉헌이 생겨나게 하는 ‘사랑을 얻기 위한 관상’이다.(「영신수련」 230~237항) 이처럼 교황은 예수 성심 신심과 이냐시오 영성이 깊이 맞닿아 있음을 강조했다.


예수 성심 신심은 엄혹한 시대마다 제시되는 교회의 응답이기도 했다. 17세기, 인간의 죄와 예정론을 지나치게 밀어붙인 얀센주의에 맞서, 예수 성심은 하느님 자비를 다시 바라보게 하는 표지가 되었다. 비오 11세 교황은 얀센주의가 하느님을 ‘냉혹한 심판관’으로 만들 때, 예수 성심은 ‘평화와 사랑의 깃발’이 되었다고 설명했다.(「지극히 자비로우신 구세주(Miserentissimus Redemptor)」, 2항)



성 요한 바오로 2세 교황도 예수 성심 신심을 “하느님의 무한한 자비를 소홀히 한 얀센주의적 엄격주의에 대한 응답”으로 보았다. 프란치스코 교황 역시 오늘날 교회에서도 나타나는 얀센주의의 유해한 이원론에, 이 성심이 효과적인 대응 방법을 제시한다고 썼다.(「그리스도께서 우리를 사랑하셨습니다」, 87항)


「그리스도께서 우리를 사랑하셨습니다」 결말부에서 프란치스코 교황은 그리스도의 열린 옆구리로 돌아온다. 선종 전 마지막 회칙이 예수 성심으로 끝난다는 사실은 우연이 아닐 것이다. 성심에서 흘러나오는 마르지 않는 물줄기. 이는 교황이 우리에게 남긴 작별 인사이자 마지막 당부와도 같다.


“그리스도의 상처 입은 옆구리에서 결코 마르지 않고 사라지지도 않는 물이 계속 흘러나와, 그리스도께서 하신 대로 사랑하고자 하는 모든 사람에게 언제나 새롭게 제공됩니다. 오직 그분의 사랑만이 새로운 인류를 이루어 주실 수 있기 때문입니다.”(219항)



글 _ 박찬이 율리아나(음악 칼럼니스트)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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가톨릭신문 2026-06-17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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