박혜원(소피아·사진) 작가의 개인전 ‘원 圓, One’이 스페이스 성북(서울 성북동 기도의 집 1층)에서 개막했다. 2018년 이후 8년 만에 여는 개인전이다.
현장에는 지난 전시에 선보인 화려한 ‘자투리’와 새롭게 작업한 소박한 ‘원’ 시리즈가 함께 펼쳐진다. 벨기에에서 서양미술사 및 판화를 공부한 작가는 수년 전부터 ‘천’ 재료에 매료됐다. 한 장씩 찍어내는 판화와 달리 수많은 천을 덧댄 작품은 색다른 입체감을 드러낸다.
수많은 천을 덧댄 '자투리', 2018.
‘자투리’가 과거 부모님이 사용하던 이불이나 넥타이 등에서 가져온 실크 소재의 화려한 색감이 돋보인다면 ‘원’은 마(麻) 소재가 갖는 특유의 소박함이 두드러진다. ‘자투리’의 경우 덧댄 천 사이로 화려한 실크가 비쳐 마치 스테인드글라스를 연상케 한다면 마를 겹겹이 쌓은 ‘원’은 비어 있는 원형 그릇이나 만개한 꽃처럼 보인다. 개별로도 전체로도 하나의 ‘원’, 즉 ‘완전’과 ‘일치’를 상징한다.
청소년기를 유럽에서 보낸 작가는 특히 마(麻)에서 자신의 정체성을 확인하고자 했다. 한민족의 색이자 가장 평범하고 소박한 색을 지녔고, 세상을 떠날 때 입는 수의의 소재이기 때문이다.
마로 표현한 '원(圓)', 2026.
한편 콩테로 거칠고 두껍게 표현한 ‘페리코레시스(perichoresis)’ 시리즈도 확인할 수 있다. ‘페리코레시스’는 삼위일체의 성부·성자·성령이 서로 안에 거하면서 구별되는 신비로운 위격을 의미하며, 이 신비로운 춤은 사랑의 영원한 소통, 즉 순환을 뜻한다.
작가는 “시작도 끝도 없는 원형은 완전성과 영원성의 상징”이라며 “레오 14세 교황의 사목 표어인 ‘한 분이신 그리스도 안에서 우리는 하나’는 가톨릭에 국한된 이야기가 아니며 진정한 일치는 꿈에 불과할 수 있지만, 이번 전시에 그 허황되고 무모한 꿈을 표현하고 싶었다”고 말했다.
페리코레시스(perichoresis)Ⅰ, 2026.
브뤼셀 리브르대학교와 왕립 미술학교에서 각각 서양미술사와 판화를 전공한 작가는 홍익대 미술대학원에서 판화를 공부했다. 지난 2022년부터 서울가톨릭미술가회 회장을 맡고 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