여름방학을 앞두고 가족 단위 관람객이 함께 볼 만한 전시가 이어지고 있다. 서울공예박물관에서는 조선 왕실과 천주교가 만난 역사, 그리고 성당 예술에도 발자취를 남긴 한국 현대도예 거장의 예술세계를 살펴볼 수 있는 전시가 열리고 있다. 예술의전당에서는 남미와 스페인을 대표하는 거장들의 작품을 만날 수 있는 전시가 관람객을 맞고 있다. 한국과 서양의 역사, 예술, 문화를 함께 배울 수 있는 주요 전시를 2회에 걸쳐 소개한다.

서울 안국동 서울공예박물관에서는 ‘안동별궁, 시간의 겹’과 ‘색유만개’ 전시가 관람객들을 만나고 있다. 오륜대한국순교자박물관과의 협력으로 마련된 ‘안동별궁, 시간의 겹’은 현재 박물관이 자리한 안동별궁 터에 쌓인 시간을 공예를 통해 비춘다.
전시는 총 4부로 구성돼 조선 왕실에서 대한제국 황실로 이어지는 국가 질서와 의례의 변화, 격변의 시대 속에서 황실 공예품을 지켜온 이들, 황실 유물이 권위의 상징에서 치유와 화해의 매개로 전환되는 과정을 살핀다.
대한제국 황실 유물이 천주교와 만나 새로운 의미를 얻는 대목은 전시의 주요 장면이다. 고종 황제의 아들 의왕 이강(비오, 1877~1955)은 임종을 앞둔 1955년 서울대목구 가회동성당에서 세례를 받고, 선조들의 천주교 탄압에 대한 속죄의 뜻을 밝힌 것으로 전해진다. 의왕비 김덕수(마리아, 1878~1964)는 한국 순교 복자 수녀회의 활동에 공감하며 일제 강점기와 6·25전쟁을 거치며 간직해 온 황실 유물들을 1953년부터 1956년에 걸쳐 수녀회에 기증했다.
특히 의왕과 의왕비의 천주교 입교는 그 자체로 조선 왕실과 천주교 사이에 놓였던 박해의 역사를 보듬는다. 전시장에는 기증된 복식 유물들과 함께 이들 부부의 세례문서와 세례 당시 사진, 한국 순교 복자 수녀회 수녀들과 함께한 사진 등도 전시돼 있다. 전시는 2027년 8월 29일까지 전시3동 3층에서 관람할 수 있다.

황실 유물을 통해 신앙이 과거의 상처를 보듬는 과정을 만났다면, 전시1동 1층에서는 한국 현대도예 1세대 거장 고(故) 권순형(프란치스코, 1929~2017) 작가의 작품세계를 만날 수 있다. 권순형 기증특별전 ‘색유만개’는 2024년과 2025년 서울공예박물관에 기증된 권순형 컬렉션 7700여 점 가운데 대표작 130점과 아카이브 자료 50점을 공개한다.
전시는 전통 청자와 백자의 형식을 넘어 ‘색이 있는 유약’인 색유를 통해 도자에 회화적 요소를 도입한 작가의 독창적인 작품세계를 조명한다. 디자이너로 출발해 도예가로 전향한 초기 작업부터, 유약 탐구를 통해 회화적 표현을 도자에 도입하고 자신만의 예술세계를 완성해 가는 과정을 따라갈 수 있다.
작가는 서울대학교 미술대학에서 응용미술을 공부한 뒤 1961년부터 모교 미술대학 교수로 재직하며 후학을 양성했다. 대한민국미술전람회 심사위원으로 활동하며 현대공예의 개척과 방향성 정립에 기여했다. 특히 서울대교구 혜화동성당과 신정동성당 제대 도자벽화로 2004년 제9회 가톨릭미술상 특별상을 받았다. 전시는 8월 2일까지.

황혜원 기자 hhw@catimes.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