국가인권위 장애인 인권 증진 토론회

7월 4일 국회도서관에서 열린 ‘2026년 장애인 인권 증진 토론회’ 참가자들이 종합 토론을 하고 있다.
국가인권위원회는 4일 ‘발달 장애인의 날’을 맞아 서울 여의도 국회도서관에서 한국 카리타스협회(이사장 조규만 주교) 등과 공동으로 ‘장애인의 자기결정권 보장을 위한 지원의사결정제도 모색’ 주제 2026년 장애인 인권 증진 토론회를 개최했다.
이날 토론회 참석자들은 장애인의 자기결정권 보장을 위해 “이들의 결정권을 제한·박탈하는 형식의 ‘대체 의사결정’이 아니라 당사자의 주체성을 존중해 본인 의사와 선호를 기반으로 최선의 선택을 할 수 있도록 지원하는 체계가 마련돼야 한다”고 목소리를 높였다.
박인환(인하대 법학전문대학원) 교수는 ‘사적 자치의 원칙과 의사결정지원 제도화의 모색’ 주제 발표에서 “우리나라의 장애인 의사 결정 지원 체계가 과거에 비하면 큰 진전이 있었음에도, 아직 국제 기준에는 미치지 못하는 수준”이라고 지적했다.
박 교수는 “2013년 도입된 성년후견제도가 기존 금치산·한정치산 제도와 비교하면 ‘잔존 능력’을 인정한다는 진전은 있었지만, 이 또한 법적 능력을 제한하는 구조로 본인의 자율성이 극히 제한된다”며 “UN 장애인 권리협약(CRPD) 제12조는 장애인도 비장애인과 동등한 법적 능력을 누려야 하며, 이를 위해 ‘의사결정 지원 제도’로 전환할 것을 요구하고 있고, 한국 정부 역시 이미 두 차례나 제도 개선 권고를 받은 만큼 제도 개선에 시급히 나서야 한다”고 촉구했다.
아울러 박 교수는 “장애인의 의사 결정 과정을 지원하기 위해서는 (법정대리인 등에게) 당사자의 의사나 선호에 기반을 둬 그의 의사 결정을 대리하는 것을 명문화할 필요가 있다”며 “이는 장애인의 의사결정 능력이 존중될 수 있도록 안전 장치를 마련해야 한다는 뜻”이라고 설명했다.

7월 4일 국회도서관에서 열린 ‘2026년 장애인 인권 증진 토론회’ 참가자들이 토론을 앞두고 기념촬영을 하며 구호를 외치고 있다.
한국카리타스협회 정책위원 이병훈 신부는 ‘오스트리아의 지원의사결정제도 고찰 : 한국 공공후견제도와 생명권 보장에의 시사점’ 주제 발표를 통해 “최중증 발달장애인의 생명권 보장을 위해서라도 한국의 공공후견·의료 결정 지원 체계를 재정비해야 한다”고 강조했다. 이 신부는 “생애 초기부터 영구적으로 타인에게 의존해야 하는 최중증 발달장애인들에게 의사결정 지원은 곧 생명권과 직결되는 문제”라며 “발달장애인의 자기결정권이 추상적 자유에 그치지 않도록 검토돼야 한다”고 말했다.
이 신부는 “오스트리아는 ‘최선의 이익 원칙’을 바탕으로 특히 의료적 결정에 있어 본인이 결정능력이 없는 상태라면 범위를 넓혀 ‘지원의 원(circle of support)’, 즉 가족·친구·공공에서 이를 함께 돕도록 하는 촘촘한 안전망을 마련해두고 있다”며 “인권과 생명권, 자기결정권을 존중하겠다는 목표는 같으나 한국은 대체의사결정 중심으로 법원이 후견인을 선임하면 그 범위에서 상당한 제한이 걸리는 구조”라고 전했다.
그러면서 “핵심은 후견 중심 구조를 의사결정 지원 중심으로 전환하고, 사전연명의료·의료 동의를 포함해 모든 공적 결정에 발달장애인 당사자가 이해하고 표현할 환경을 만드는 것”이라며 “공공후견·지역 지지 체계, 지원망을 더욱 연결하는 방안도 함께 마련해야 한다”고 재차 촉구했다.
장현민 기자 memo@cpbc.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