서울 명동 갤러리1898은 역량 있는 성미술 청년 작가를 발굴하기 위해 2021년부터 ‘갤러리1898 성미술 청년작가 공모전’을 운영하고 있다. 올해는 김지수(레지나·36·서울대교구 불광동본당)·채수린(가브리엘라·29·의정부교구 야당맑은연못본당) 작가가 청년작가로 선정됐다. 특히 올해는 2021년부터 2025년까지 역대 청년 작가로 선정된 이들을 대상으로 처음 ‘우수작가 공모전’을 열고, 배요한(요한 세례자·39·서울대교구 시흥동본당) 작가를 우수작가로 선정했다. 공모전 선정으로 전시를 앞둔 세 작가의 예술과 신앙 이야기를 2회에 걸쳐 소개한다.

김지수 작가 “성미술이 마음속 ‘믿음’ 보게 했죠”
“사람은 누구나 인생에서 한 번쯤 길을 잃기 마련이잖아요. 이번 전시에는 개인적인 방황과 성찰이 담겨 있어요. 힘든 시간을 지나 원래 있어야 할 자리로 돌아가는 여정이라고 할 수 있습니다.”
김 작가는 삶의 방향을 잃고 방황하던 시기, 서울가톨릭청년미술가회를 통해 성미술을 만났다. 미래에 대한 고민 끝에 직장을 그만두고 어려서부터 좋아했던 그림을 다시 시작한 뒤였다. 그러나 2024년 회원들과 단체전을 마친 뒤 오히려 더 큰 회의감이 찾아왔다.
유아세례를 받은 김 작가는 “신앙에 대한 별다른 자각 없이 관성적으로 신앙생활을 했고, 냉담했던 시기도 있었다”며 “내가 신앙을 그림으로 표현할 만큼 깊은 신심을 지녔는지, 혹시 위선은 아닌지 하는 질문이 계속됐다”고 말했다.
깊은 고민 속에서 실마리를 찾은 곳은 어느 날 가족과 함께 방문한 공소였다. 공소 입구에 걸린 <자비의 예수님> 성화와 ‘예수님, 저는 당신께 의탁합니다’라는 문구가 마음에 깊이 남았다.
김 작가는 “혼자 힘으로 답을 내릴 수 없는 문제는 예수님께 맡기고 나면 언젠가 풀릴 것이라는 생각이 문득 들었다”며 “그동안 보지 못했을 뿐, 내 마음속에도 ‘믿음’이 존재한다는 사실을 발견했다”고 설명했다. 그날의 깨달음은 ‘성미술이란 무엇인가’를 고민하며 스스로를 옭아맨 시간에서 그를 자유롭게 했다.
당시 체험한 평화를 표현한 대표작이 <고요의 언덕>이다. 작품 속 달은 절대자를 상징한다. 마음에 바람이 불 때 돌아가 기댈 수 있는 언덕이자, 가장 솔직한 모습으로 머물 수 있는 피난처를 그렸다.
성미술과 일반 미술을 구분하기에 앞서 그에게 작업은 내면의 치열한 고민을 기록하는 일이다. 자신의 마음을 들여다보고 이를 그림으로 옮기면서, 스스로를 치유해 나가는 과정인 셈이다. ‘귀소: A Journey from the Wilderness’라는 제목으로 열리는 이번 전시에서는 회화 작품 30여 점을 선보인다.
김 작가는 전시장에 비치할 노트를 공유했다. “너의 믿음이 무엇이냐고 묻는다면 거창한 것을 이야기할 수는 없지만 나와 함께하는 것이라고 소박한 대답을 할 수는 있게 되었다. …막연한 안개가 걷힌 듯 그 어떤 가식도 없이 천둥벌거숭이처럼 솔직해질 수 있는 평온함과 고요의 언덕에 나는 마침내 도달해 있었다.”

채수린 작가 “하느님 보시기에 아름다운 세상 만들고 싶어”
채 작가는 “오랫동안 꿈꿔 온 일을 향해 현실의 문 하나가 열린 것 같다”며 선정 소감을 밝혔다. 그는 현재 서울과학기술대학교 대학원 금속공예디자인학과에 재학하고 있다. 주로 알루미늄으로 작업하는 채 작가는 금속 표면이 빛을 반사한다는 점에 주목한다. 작품 안에서 실제 빛을 구현할 수 있기 때문에 그에게 금속 작업은 신앙의 빛을 가시적으로 드러내는 방식이기도 하다.
성미술에 발을 들이게 된 계기는 20대 초반 우연히 찾은 성물방에서 마주한 빛이었다. 채 작가는 “성물에 반사되는 빛이 무척 아름다웠다”며 “그때부터 금속과 성미술에 이끌리게 됐다”고 말했다.
예수님과 천사 등 전통적인 성미술 소재를 주로 다뤄 온 그는 최근 자연과 일상에서 얻은 영감을 작품으로 풀어내고 있다. 이번 ‘당신 깃으로 너를 덮으시어’ 전시에서 선보이는 <존재만으로도>는 정형화된 틀에서 벗어나 사랑에 대한 자신만의 해석을 담은 작품이다. 주고받는 관계로서의 사랑을 넘어, 한 존재가 그 자체만으로도 누군가를 지지하고 밝혀 줄 수 있다는 존재론적 의미를 표현했다.
그의 꿈은 성미술을 통해 하느님의 진리를 세상에 전하는 것이다. 이를 위해 박사과정 진학과 성물 브랜드 출시도 준비하고 있다. 성미술을 더 깊이 연구하고, 오늘날의 사람들이 공감할 수 있는 새로운 형태로 발전시키려는 계획이다.
“모든 예술은 내면의 아름다움을 외적인 형태에 담아 사람들에게 다가가는 것이라고 생각해요. 성미술의 본질은 진리 그 자체이기 때문에 아름다울 수밖에 없습니다. 그 진리를 사람들에게 전하고 싶어요. 많은 사람이 함께 빛을 이루고 전한다면 하느님께서 보시기에도 아름다운 세상이 되지 않을까요?”
끝으로 그는 자신이 ‘인복’이 많은 사람이라고 전했다. 이미 성미술 작가로서 왕성한 활동을 하고 있는 신재협(요한 사도) 작가와 주동현(마르티노) 작가는 각각 그의 지도 교수와 학교 선배다. 채 작가는 “하루하루 신앙으로 똘똘 뭉친 사람들과 동행하면서 일상과 작업, 신앙이 모두 연결되어 있는 느낌을 받는다”면서 “모든 것을 하느님의 뜻으로 알고, 즐겁게 작업하고 싶다”고 전했다.
김 작가의 전시는 7월 31일부터 8월 9일까지, 채 작가의 전시는 8월 14일부터 23일까지 갤러리1898 제3전시실에서 감상할 수 있다.
황혜원 기자 hhw@catimes.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