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이 작품은 11세기에 제작된 수사본의 걸작 「하인리히 3세의 황금복음서」의 한 페이지입니다. 밝고 화려한 색채의 화면이 시선을 사로잡고 만화의 한 페이지인 듯, 여러 층으로 나뉘어 이야기가 전개되는 형식을 취하고 있습니다.
이야기 전개는 페이지 최상단에서 아래로 이어집니다. 페이지 상단 좌측의 집 내부에는 숨을 거둔 라자로, 그 옆에는 슬퍼하는 마리아와 마르타가 있고, 우측으로 이어지는 다음 장면에서는 심부름 보낸 사람이 예수를 찾아가 비보를 알립니다.
중간층에는 예수를 찾아간 마리아와 마르타가 형제자매 지간인 라자로를 살려달라고 간절히 애원하고, 맨 하단에는 요한복음에 기록된 기적의 장면입니다.
“‘라자로야, 이리 나와라’ 그러자 죽었던 이가 손과 발은 천으로 감기고 얼굴은 수건으로 감싸인 채 나왔다.”(요한 11,43-44)
죽은 지 나흘이나 되어 부패가 시작된 라자로가 눈을 번쩍 뜨고 관에서 벌떡 일어납니다. 죽음에서 부활한 것입니다! 예수 뒤에는 마리아와 마르타 그리고 이 기적의 현장을 목격한 이들이 양손을 앞으로 뻗어 놀라움을 표현합니다.
군더더기 없이 단순명료하고 극적인 표현, 단순한 형태와 화려하고 세련된 색채로 그려진 이 수사본은 신성로마제국인 독일의 오토(Ottonian) 양식으로 그려졌습니다.
예수님이 행하신 기적을 부각하기 위해 신장은 짤막하고 분명하게, 그의 업적이 설득력 있게 전달되도록 손은 크고 명료하게 그리고 영혼의 창인 눈은 크고 눈동자의 시선 처리는 명확하게 표현했습니다. 이처럼 그림으로 성경을 읽어 주는 것이 중세 회화의 핵심적인 역할이었습니다.
녹색, 진보라, 하늘색 그리고 노란색이 여유롭고 물 흐르는 듯 자연스러운 고유의 띠 공간의 배경은 인물들이 돋보이도록 해줌과 동시에 화면에 화려하고 생기 넘치는 리듬감을 부여해 줍니다.
그리고 이렇게 아름다운 페이지를 바라보노라면, 우리 마음은 어느새 예수님이 전해 주시는 영원한 사랑의 메시지에 물들게 됩니다.
라자로를 다시 살리신 것은 단순히 사랑하는 친구를 부활시킨 예수의 놀라운 기적 에피소드에 그치는 것이 아닙니다. 이는 곧 도래할 ‘그리스도의 부활’ 즉 ‘영생’의 약속을 예견하는 중대한 사건입니다.

글 _ 박혜원 소피아(서울가톨릭미술가회 회장)