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026년 7월 28일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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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신앙 속 예술, 예술 속 신앙] 프란츠 리스트의 〈새들에게 강론하는 아시시의 성 프란치스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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주변에 영적 체험을 했다고 고백하는 지인들이 적지 않다. 그 사이에서 늘 모종의 소외감을 느끼곤 했다. 기도 중 특별한 음성을 들은 적도, 소위 환시를 본 적도 없다. 다만 그 찰나에 어렴풋이 다가서 본 기억이 있다.

오래전 아시시 ‘천사들의 성모 마리아 대성당’을 찾았다. 성당 한가운데 작은 경당 포르치운콜라(Porziuncola)를 품고 있는 곳. ‘작은 몫’을 뜻하는 포르치운콜라는 프란치스코 성인이 형제들과 공동체를 이룬 곳이다. 때마침 8월 2일 포르치운콜라 천사들의 복되신 동정 마리아 축일을 앞둔 시점이었다.

장미정원 옆 회랑에 도착한 순간, 성 프란치스코 동상 주위로 흰 비둘기 두 마리가 보였다. 한 마리는 성인의 품에 있는 바구니에, 다른 한 마리는 벽 위에 앉았다. 이곳 비둘기들은 오랫동안 동상 곁에 머물러 왔다고 했다. 하얀 깃털 사이로 까맣고 맑은 눈이 고요히 이쪽을 내려다보고 있었다. 그 시선에서 무수히 많은 말이 밀려 들어오는 것 같았다.

눈앞의 비둘기들은 오랜 전승을 떠올리게 했다. 프란치스코가 동물들에게 설교했던 행적은 토마스 첼라노의 「아시시 성 프란치스코의 생애」와 그의 일화를 엮은 「잔꽃송이」 등 여러 문헌으로 전해진다. 그는 비둘기와 까마귀를 비롯한 새들에게 하느님의 말씀을 들어달라고 겸손히 청했고, 그들은 성인의 이야기를 기뻐하며 들었다.

“나의 자매인 새들이여, 그대들은 창조주를 크게 찬미하고 언제나 그분을 사랑해야 합니다. 그분께서는 그대들에게 옷이 되는 깃털과 날 수 있는 날개를 주셨으며, 필요한 모든 것을 마련해 주셨습니다. 하느님께서는 그대들을 당신이 창조하신 존재들 가운데 고귀하게 만드셨습니다.”(토마스 첼라노의 「아시시 성 프란치스코의 제1생애」 1부 제21장, 58항)

이 경이로운 장면을 프란츠 리스트(Franz Liszt, 1811~1886)가 피아노로 옮겼다. 1863년경에 쓴 「두 개의 전설(Deux Légendes)」 중 첫 곡 〈새들에게 강론하는 아시시의 성 프란치스코(St François dAssise: La prédication aux oiseaux)〉다.

리스트는 젊은 시절 비르투오소로서 화려한 삶을 누렸지만, 중년 이후에는 삭발례를 받고 경건한 생활을 해서 성직자 ‘아베 리스트(Abbé Liszt)’로 통했다. 최근 연구는 리스트가 프란치스코 성인을 종교적 모범과 자신의 예술가적 정체성을 비추는 인물로 생각했다고 말한다.

곡은 새들의 지저귐으로 시작한다. 가벼운 트릴은 새소리와 날갯짓을 떠올리게 하고, 빠른 32분음표 음형은 위아래로 오르내리며 저마다 다른 울음을 그려낸다. 높은 음역에서 속삭이듯 울리던 흐름에 나지막한 선율이 들어선다. 프란치스코의 목소리로 해석되는 대목이다. 1866년 초판에는 말의 억양과 리듬을 살려 낭송하듯 부르는 양식 ‘레치타티보(recitativo)’라고 적혀 있다. 이는 새들이 놀라서 날아가지 않도록 조심스럽고 사려 깊게 말을 거는 어조를 연상하게 한다.

이윽고 프란치스코의 소박한 말은 넓은 음역으로 퍼져 나간다. 낮은음에서 시작한 단선율이 건반 전체를 채우는 화음으로 확장된다. 초입에는 새와 성인의 목소리가 뚜렷이 나뉘지만, 서로 다른 음역과 리듬이 상징하던 두 존재의 대화는 하나로 합쳐진다. 새들도 일제히 창조주를 향한 찬미에 동참하는 것이다. 프란치스코 교황의 회칙 「찬미받으소서」가 말하듯, 성인에게 모든 피조물은 사랑의 유대로 하나 되는 형제요 누이였기 때문이다.(11항 참조)

리스트의 음악은 하늘로 비상하는 듯한 상행 음형으로 사라진다. 그러나 천사들의 성모 마리아 대성당에서 마주했던 비둘기들은 시간이 흘러도 뇌리에서 사라지지 않는다. 흡사 눈으로 말을 걸어오는 듯한, 성인이 그토록 사랑하셨던 피조물들의 눈빛. 어쩌면 신비란, 강렬한 체험보다 미소한 생명의 눈길 하나가 평생 마음에서 지워지지 않는 일인지도 모른다.

글 _ 박찬이 율리아나(음악 칼럼니스트)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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가톨릭신문 2026-07-28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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