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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신앙 속 예술, 예술 속 신앙] 톨킨의 「반지의 제왕」과 엘가의 〈하느님 나라〉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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올해 5월, 레오 14세 교황이 첫 회칙 「고귀한 인류(Magnifica Humanitas)」를 반포했다. 인공지능(AI) 시대에 인간의 존엄을 어떻게 지킬 것인가를 다룬 문헌 중, 한 대사가 눈에 들어온다. 영국 소설가 톨킨(J.R.R.Tolkien, 1892~1973)의 「반지의 제왕」에 나오는 마법사 간달프의 말이다.

“그러나 우리의 일은 세계의 모든 흐름을 통제하는 것이 아니지. 우리 역할은 우리가 살아가는 시대를 구하기 위해 내면에서 시키는 일을 하는 것이고, 우리가 사는 들판에서 악의 뿌리를 뽑는 것이오. 후손들이 깨끗한 땅을 경작할 수 있도록 말이오.”(「고귀한 인류」 213항, 「반지의 제왕: 왕의 귀환」, 제5권, 9장 참조)

교황은 톨킨을 ‘가톨릭 작가’로 지칭하며 인용한다. 톨킨의 어머니는 남편을 잃은 뒤 가톨릭으로 개종했고, 친척들의 경제적 지원은 끊겼다. 극심한 가난 속에서 그녀는 당뇨병으로 세상을 떠났고, 톨킨은 모친의 죽음을 믿음으로 인한 순교로 여겼다. 프랜시스 모건 신부가 그의 영적 아버지이자 후견인이 되었고, 톨킨은 평생 가톨릭 신앙에 충실했다. 톨킨은 「반지의 제왕」이 “근본적으로 종교적이며 가톨릭적인 작품”이라고 정의한다.

간달프의 조언에는 세 층위가 중첩되어 있다. 흥미롭게도 이는 회칙 전체를 관통한다. 첫째는 인간의 한계와 미력함을 직시하는 일이다. 디지털화와 AI, 로봇공학은 세상을 빠르게 바꾸고 있다. 회칙은 기술 자체를 적대적인 힘으로 볼 수 없으며, 기술의 발전이 생활 조건을 크게 개선해 왔다고 평가한다.(4항) 그러나 ‘세상의 모든 흐름을 다스리려는’ 욕망은 인류를 교만과 자족의 환상으로 이끌 수 있다.

둘째는 현재에 대한 응답과 실천에 대한 촉구다. 간달프는 지금 요청되는 역할은 “우리가 살아가는 시대를 구하기 위해 내면에서 시키는 일을 하는 것”이라고 말한다. 교황 역시 문제가 너무 크고 우리는 너무 작아서 개인의 선택은 아무런 차이를 만들지 못한다는 생각을 “현실주의로 위장한 그럴듯한 체념”이라고 지적한다.(212항)

셋째, 미래에 대한 책임이다. “우리 후손들이 깨끗한 땅을 경작할 수 있도록.” 오늘의 선택은 후대가 살아갈 환경과 삶의 모든 조건까지 바꾼다. 회칙은 모든 민족과 미래 세대에 미칠 영향을 함께 고려해야 한다고 강조한다. 오늘날 인류는 새로운 바벨탑을 세울 것인가(창세 11,1-9 참조), 혹은 하느님과 인간이 함께 머무는 공동선에 기초한 도시, 즉 예루살렘을 재건할 것인가(느헤 2-6 참조)라는 기로에 서 있다고 말이다.(7~10항)


여기서 톨킨보다 한 세대 앞선 영국 작곡가 엘가(Edward Elgar, 1857~1934)의 오라토리오 〈하느님 나라(The Kingdom), Op.51〉를 들어 볼 수 있다. 1906년 초연된 작품은 오순절, 성령께서 다락방의 제자들에게 내려오신 순간과 예루살렘 초대 교회의 탄생을 그린다.

오순절은 신학적으로 바벨탑과 대조된다. 창세기 바벨탑을 통해 언어는 흩어졌지만, 오순절 사건에서 제자들은 성령으로 가득 차 다른 언어로 말한다. 베네딕토 16세 교황은 성령께서 “다양성과 일치를 조화롭게 통합”하시며, 이를 통해 “바벨의 저주”를 극복하신다고 설명했다.(2008년 5월 11일 「성령강림 대축일 미사 강론」 참조)

이는 건축의 이미지로 이어진다. 초대교회가 세워지는 과정은 느헤미야가 무너진 예루살렘 성벽을 재건하는 장면과도 통한다. 엘가의 오라토리오에서도 제자들의 합창은 서로 겹치며, 성령을 기다리는 공동체의 여러 목소리가 펼쳐진다.

결국 엘가의 〈하느님 나라〉가 그리는 교회, 느헤미야의 성벽 복구, 간달프의 권고는 같은 방향을 가리킨다. 우리는 미약하지만 각자 할 수 있는 일이 있다고. 그것은 바벨의 탑을 더 높이는 대신 무너진 성벽의 한 구간을 맡는 일이다. 뒤에 올 이들이 다시 씨를 뿌릴 수 있도록, 깨끗한 땅을 남겨 두는 일이다.

글 _ 박찬이 율리아나(음악 칼럼니스트)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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가톨릭신문 2026-08-12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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