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1889년 7월 27일 오베르 쉬르 우아즈 들판에서 권총으로 자해하고 이틀 후 세상과 등을 진 빈센트 반 고흐(Vincent Van Gogh, 1853~1890).
네덜란드 개신교 목사의 아들로 태어난 고흐는 역시 목회자의 꿈을 꾸었지만, 그 꿈은 지나치게 감성적이고 광적인 신앙심으로 곧 좌절됩니다. 그리고 차선책으로 화가의 길을 걷는데, 이는 ‘미를 통한 복음화’의 굳건한 사명감에서 비롯된 선택이었습니다.
일찍이 프랑스로 건너가 인상주의 등을 접하며 ‘빛’을 발견한 고흐는 1888년 남부 아를(Arles)에 머무르며 이상적인 예술인 공동체를 꿈꿨습니다. 하지만 고갱과 격렬한 언쟁 중 충동적으로 자신의 귓불을 자르는 극단적인 행동으로 정신병원에 입원하며 그 꿈은 좌절되고 맙니다.
결국 1890년 동생 테오가 살던 프랑스 파리와 가까운 오베르 쉬르 우아즈에서 지내던 중 37세를 일기로 세상을 떠납니다. <오베르의 평원>은 바로 세상을 떠나기 한 달 전인 6월에 그린 작품입니다.
그는 테오에게 보낸 편지에 밀밭 배경의 그림을 세 점 그렸다고 고백하는데, 그중 불안과 죽음의 공포가 고스란히 전해지는 <까마귀가 나는 밀밭>이 유명하지요. 놀랍게도 다른 두 작품에서는 평화로운 들판이 등장하는데, 그중 하나가 이 작품입니다.
좌측에는 짚 더미 하나가 서 있고, 중앙에는 붉은 꽃이 만발했습니다. 수평선 너머 굽이굽이 이어지는 푸르른 들판. 중간중간 짙푸른 나무들이 생기를 더해 줍니다. 부디 이 평화롭고 아름다운 들판이 그가 이 세상을 떠나기 전에 눈에 담은 풍경이었기를 빕니다.
천상의 꽃 핀 정원, 꽃바다는 여기 고흐가 그려낸 모습과 비교할 수 없이 더욱 아름답겠지만 순수한 영혼의 소유자인 고흐가 어렴풋이 감지한 천상의 황홀함을 통해 어렴풋이 짐작만 할 뿐입니다.
한여름의 무더위가 기승을 부리던 지난 7월 28일 아침, 사랑하고 존경하는 제 부친 박 하상 바오로가 하늘나라로 떠나셨습니다. 지상에서의 육신의 고통과 삶의 짐을 모두 내려놓고, 꽃이 만발한 향기로운 들판이 끝없이 펼쳐지는 빛의 세계로…. 사랑하는 부인과 세 딸의 모범적인 가장으로, 묵묵히 뒤에서 가정을 보살피는 성 요셉의 모습을 몸소 보여주신 나의 아버지.
“부디 사랑하는 나의 아버지와 세상을 떠난 모든 이들이 향기로운 꽃밭에서 행복하길…. 하느님! 그들에게 천국 낙원의 문을 열어 주시고 먼저 세상을 떠난 모든 이들과 더불어 영원한 안식을 누리게 하로서. 그리고 지상계에 남아 있는 저희는 믿음의 말씀으로 서로 위로하며 살게 하소서. 아멘.”

글 _ 박혜원 소피아(서울가톨릭미술가회 회장)