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김유리 작가, 전례초 통해 ‘사라지는 것들의 가치’ 비춘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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김유리(율리아) 작가가 9월 2일부터 16일까지 서울 삼성동 갤러리 보고재에서 개인전 ‘消重(소중) - 사라지는 것들의 가치: 세 번째 이야기’를 개최한다. 2016년 첫선을 보인 이후 동일한 주제를 꾸준히 확장해 온 작가의 최근 작업을 소개하는 자리다.

‘소중’은 ‘사라질 소(消)’와 ‘무거울 중(重)’을 합친 말이다. ‘던지고, 부수고, 녹아서 사라지고, 비로소 존엄해지는’ 과정을 뜻한다. 작가는 자신을 태워 빛을 내고 끝내 사라지는 초를 통해 인간의 불안과 상처, 자기 비움과 헌신의 의미를 살핀다.

금속공예를 전공한 작가는 오래 남는 금속 대신 불에 타고 녹아 형태를 잃는 초를 작업 재료로 택했다. 작가는 자신을 태워 주변을 밝히는 초에서 유한한 인간의 삶과 신앙의 의미를 겹쳐 바라본다.

대표작 <존재의 용기(the courage to be)>에는 이러한 생각이 고스란히 담겨 있다. 작가는 “죽음이 두려워 삶을 멈추지 않듯 초는 소멸이 두려워 빛을 마다하지 않는다”고 말한다. 사라질 운명에도 빛을 내는 초를 통해 유한한 인간이 삶을 이어가는 힘을 보여 주는 작품이다.

전시에서는 작품 90여 점을 5개 주제로 선보인다. 상처와 불안을 안고 살아가는 인간의 모습에서 출발해, 고단한 삶에 함께하는 하느님, 서로의 상처를 보듬는 연대와 위로로 이어진다. 초를 깎고 남은 파편으로 제단을 만들거나, 갈라진 틈에서 꽃이 피어나는 모습을 통해 무너지고 사라지는 것에서도 새로운 가치가 생겨날 수 있음을 보여준다. 전시의 후반부에는 자신을 비워 타인을 위한 자리를 내어 주는 ‘케노시스(Kenosis·자기 비움)’의 영성을 전한다.

관람은 오전 11시부터 오후 6시까지며 화요일은 휴관한다.

황혜원 기자 hhw@catimes.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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가톨릭신문 2026-08-25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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